어제저녁 뉴스로 교육부장관의 초등 저학년 체육활동 강화와 학교시설 복합화 계획을 들었다.
최근 수년 동안 눈에 드러나게 부족해진 게 있다. 학생 학력과 체력이다. 코로나19가 이를 가속화했다. 초등학교는 지금, 책에서 썼듯이 공부의 본질을 외면한 교육 표플리즘-표을 의식한 교육- 정책이 큰 몫을 했다. 여기에 더해서 체육은 미세먼지 영향으로 체육관-학생들의 활동 공간으로 충분하지 않은 크기의 다목적관-을 전교생이 사용하게 되어 체육 시수 중 일부만 체육관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이마저도 학교 규모가 큰 학교의 체육 수업은 체육관을 반으로 나누어 사용할 수밖에 없어서 학생 신체활동 공간도 반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임이나 놀이 중심의 체육 수업도 학생 체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학생과 교직원의 샤워 시설이 없거나 있어도 열악해서 체육 수업 후의 학생 위생을 생각하면 땀을 충분히 낼 수 있는 체육 수업을 계획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학생 체력향상을 위한 체육 수업을 강화하려면 초등학교 저학년의 체육 교과 신설부터 하지 말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체육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학교시설 복합화는 학교 부지에 수영장을 포함한 복합시설을 지어서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게 목적이다. 물론 지역사회 시설을 학교가 사용할 수도 있을 텐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학교와 그런 시설과 거리부터 멀고, 학교가 원하는 시간에 사용할 수도 없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학생 생존수영만 하더라도 수영장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학교시설 복합화를 추진한 학교의 애로점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시설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별도의 기관과 부서가 없으면 학교 부지여서 관리 주체가 학교일 수밖에 없다. 그 일을 순순히 도맡을 인력이 없다. 인력이 있다 해도 학생 체육활동은 뒷전이 되고 일반 사용자의 민원 해결에 골머리가 아플 것이다. 학생 안전을 위해 일반 사용자와 학생의 동선 구분부터 학교의 구조로는 어렵다. 신도시나 신시가지를 조성할 때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이상 학교시설 복합화는 학생 체력 향상과 아무 관련이 없다. 오히려 활동 공간 공유로 저하의 우려가 있다.
학생 체력 향상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학교 체육 수업만으로 학생 체력 향상할 수 없다.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수업을 마치면 학원으로 뺑뺑이 도는, 주말이면 실내 체험학습으로 내몰리는, 고열량의 인스턴트 먹방에 쉽게 유혹되는 현실 앞에선 하루 종일 체육 수업해도 학생 체력은 향상되지 않는다. 지역사회는 먹고 노는 오락 중심의 문화행사보다 신체활동 중심의 문화행사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야간 및 주말 체육 시설은 부모와 자녀가 우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공한 교육개혁이 없는 이유는 정치 목적이 앞선 것도 있지만 학교와 교원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교육개혁은 사회개혁이다. 학교만으론 절대 안 된다. 지금 학교가 힘들어진 이유도 대상과 책임을 학교에 전가한 교육개혁의 부작용이지 않은가.
그리고 강하게 의심한다.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의 수명이 다해가니 학교시설 복합화로 한몫을 챙기려는 신자유주의 건설업자들이 뒤에 있는 것이 아닌지, 카르텔을 의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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