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3년 11월 7일

멋지다! 김샘! 2023. 11. 7. 17:04

  어제 교감 자율장학협의회를 정말 오래간만에 했다. 거창할 것도 없이 각 학교의 정보를 공유하며 교감으로서의 지혜를 쌓는 일이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폄훼당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공무원으로서의 의무 준수 태도가 임계점에 다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 공무원 체계는 관료제이다. 상관과 상부 기관의 정당한 업무 지시를 따라야 한다. 물론 정당하지 않은 지시는 따르면 안 되고 그렇게 했을 경우는 책임을 모면하기 힘들다. 상관이 시켜서 그렇게 했다는 참작은 되지만 책임 모면의 근거는 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는 업무를 하고 안 하고를 공무원 본인이 판단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게 정상화되어 간다. 마땅히 해야 될 업무를 상관이 지시하면 그것이 편하면 하고, 하기 싫거나 어려우면 그 일이 잘못될 경우에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하게 거부한다. 노조까지 가세하여 노조원 편의로 해석한 공문을 학교로 보내고, 그 일을 하기 싫은 노조원은 그것을 근거로 하지 않겠다고 거부한다. 노조는 상부 기관이 아니다. 노조는 따르고 상관이나 상부 기관을 따르지 않겠다는 태도는 공무원으로서의 자질이 없다는 것이다.
  힘들거나 모르는 업무는 묻고 보고 배워서 익혀야 한다. 안전사고 발생 등과 같은 책임이 겁이 나면 사전에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고 그러하여도 불가항력으로 발생했다면 지침대로 처리하면 된다. 우리가 가질 태도다.
  법적 책임으로 위협하는 학생과 학부모 앞에서 주눅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해야 할 교육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건 심각한 직무유기다. 직무유기가 성립하지 않으려면 교육활동을 하지 않는 근거로 학생과 학부모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있는가. 학부모 총회, 교육과정 설명회에서 지금까지 당연히 해왔던-교육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교육활동을 우리는 하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가.
  해야 할 일을 회피하기 위해 특별휴가나 휴직을 신청하는 건 일시적이며 서로에게 마음 불편한 선택이다. 사회가 변화는 대로 학교의 일은 새로 생기거나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특별휴가나 휴직을 선택할 것인가. 그런 선택으로 지혜가 없는 본인의 훗날을 상상해 보라 불안이 엄습하지 않는가. 이러는 나에게 어떤 이는 말한다 그걸 알면 그렇게 하겠냐고. 

  교원단체와 노조는 무조건 회원과 조합원을 감싸지 말아야 한다. 험한 세상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방도를 함께 찾고 안내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을, 하면 안 되는 일이라며 직무유기를 조장하면 안 된다. 단체와 노조가 회원과 조합원으로부터 오랫동안 신뢰받으려면 회원과 노조원에게 오랫동안 필요할 게 무엇인지를 비판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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