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업무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전에 해보지 않았거나 오래전에 해본 것은 여전히 헤매며 이곳저곳에 물어보며 어쨌든 해결한다. 해결하고 나면 혹시 잘못된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내 실수로 해당 교직원이 누려야 할 권리와 권익을 제약받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그런 줄도 모르고 힘겹게 불편을 감내하는 교직원이 없어야 하는데 등으로 별안간 불안이 엄습하기도 한다. 아마 이런 감정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교감이면 다 그럴 것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빨리 교장으로 승진하고 싶고.
이런 교감 업무를 하다보면 참 언짢을 때가 있다. 아니 기분이 아주 나쁠 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생각 같아서는 욕이라도 한 바가지 뒤집어 씌우고 싶은데- 더 부아가 치밀 때가 있다.
업무를 해결할 충분한 여유를 두고 예고했는데도 종료 시간이 임박해서-그것도 일정한 절차를 반드시 준수해야 하거나 그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사전 작업을 반드시 해야 할 업무를- 당당히 요구한다.
학교 업무가 다 그렇듯이 특히 교감 업무는 더 그렇는데, 해결해야 할 업무를 한꺼번에 요청해야 해결 절차와 방법이 정해지는데, 하나 요청해서 힘겹게 해결하고 나면 또 다른 하나-이것을 해결하려면 처음 해결했던 것을 다시 해야 함-를 툭 던진다. 또, 또. 그러면서 절차와 시기상 그것을 해결할 수 없을 때는 교감을 위하는 척하며 본인 손해를 감수하고 포기하겠다고 한다.
학교 일은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그 해결과정에 서로의 권위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담으면, 해결하고 난 후의 소소하고 짜릿한 기쁨이 있다. 함께 누리는 직장 생활의 참맛이다.
참맛 본지 참 오래되었다. 참맛을 달래려 오래간만에 금요일 밤의 구석으로 처박힐 듯하다.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주말이 기다려지고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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