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3년 11월 14일

멋지다! 김샘! 2023. 11. 14. 13:45

가는 가을은 아쉬워하며 오는 겨울을 반기지 않는 계절이다.
잊어버리고 싶은, 잃어버리고 싶은 계절이다.
무더위를 막 벗어나 벚나무 잎들이 햇빛에 번득번득할 때 직업적 냉소에 갇혔다. 
냉소가 뿜어대는 냉기를 맞으며 오늘 밟은 슬픔의 동토가 제발 바닥이기를 기원했다.
빛이 되는 슬픔의 찰나로 동토에서 솟구치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찰나의 빛에 오늘의 동토가 녹아내여 밑바닥의 밑바닥으로 추락했다.
슬픔의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계절에서 가는 가을 오는 겨울에 냉소를 보낸다.

어딘가에는 있을, 불현듯 와있을 봄으로 가닿게 당신을 보낸다.
그곳에서도 당신이 생명의 물로 탈바꿈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당신의 냉기에 갇혀 동토의 계절을 맞이하리라.
아, 어쩌랴!
슬픔의 빛도 사라진 나의 계절에 하늘은 새파랗고 솔잎은 짙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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