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4년 3월 14일

멋지다! 김샘! 2024. 3. 15. 13:19

  2024학년도에 우리 지역 유치원과 초등 교감단의 단장을 한다. 웬만하면 강의를 하지 않듯이 어지간하지 않으면 대표를 하지 않으려 애쓴다. 호기심과 의문점을 책으로 탐구하며 홀로 사유하는 게 편해서 그렇기도 하고, 맥락 없는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과 벽과 같은 사람들과의 대화는 견디기 힘들어서 더 그렇다. 꼭 그렇게 해야만 할 때는 상대방을 얼른 인정해 버린다.
  이번에는 내가 단장을 하겠다고 공개선언하고 선출할 때 자진하여 희망했었다. 정의로운 교장 자격연수 대상자 선정에 일조하여 교감들끼리 쓸데없는 경쟁을 유발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고,  단위 학교로 파편화되어 오롯이 교감 혼자 감내해야 하는 교감들의 분노를 표출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분노가 표출되어야 자비가 들어서는데, 분노는 무조건 삭이고 자비만을 베풀라는 학교문화 속에서 교감의 감정 따윈 항상 뒷전이다. 자칫 잘못 표출하면 조롱과 폄훼, 갑질로 둔갑할 우려가 있어서 교(원)감끼리 있는 자리에서 시원하게 내뱉으면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라는 마음이다.
  단장이 되니 교육지원청에서 교감 대표성을 띠는 자리를 맡겼다. 대표성을 띠고 두 번 정도 협의회를 했는데 소신을 지키기가 참 어렵다. 이러다가 단장을 한 이유가 내 이기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오해받을까 걱정이다.
    
  남이야 어떻게 살든, 나는 바른 선택하여 사람을 위하는 좋은 삶을 살려고 한다. 그런 삶을 위하여 거창한 어떤 일을 벌이지 않는다. 그럴 재주와 능력도 없다. 주변 사람들에게 표 내지 않고 소소하게 실천한다.
  한때는 삶의 목적이 돈이었다. 어느 순간에 내가 참 가엽더라. 신념과 소신에 어긋났지만 으스댄 지출을 없앴다. 벌이보다 좀 적게 쓸려고 씀씀이를 줄였다. 나이 값, 교감 값 해야하는 지출은 늘렸다. 간혹 내 선심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도 있다. 나이 값, 직위 값을 지불해야 나이와 직위를 대접받는다. 그들의 능력을 이용할 때에 덜 미안하고.
  내 삶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행복한 삶보다 사람이 가진 감정으로 성찰하며 사람을 위한 옳은 삶을 살려한다.

  교(원)감 단장을 하는 요 며칠 사이에 욕심과 욕망의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미성숙을 보았다. 교감을 오래 하고 윗분들과 대화할수록, 내가, 우리 세대가 윗선이 되었을 때는 뭔가 다른-최소한 상대방의 주장을 귀담아듣는, 본인의 근거 없는 욕심과 욕망을 채우려는 독단과 독선, 직위와 직급에 의한 무조건적인 섬김과 복종을 미덕으로 여기는 학교-교육문화는 도태될 줄 알았다.
  그들이 민주적인 학교 만들자고 할 때, 나는 그들이 이런 학교의 비민주적인 문화를 일소하는 정책을 펼 줄 알았다.
  아니었다, 학교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요인
로 교감과 교장을 목표화하며 학교 행정업무만 하기를 강요하며 일부 교원의 박수를 받는 동안, 정작 인들은 관료주의의 단맛인 무뇌의 섬김과 복종을 자랑처럼 버젓이 드러냈다. 나는 분노하며 그들이 말한 학교 민주주의가 나의 생각과는 다름을 알았다.
  인문학으로, 여행으로, 학교공간 재구조화로 학교의 봉건성을 무너뜨리겠다며 호언장담하지 않았는가?
  지금, 뒤돌아보면 그들의 인문학에는 인간을 위한 성찰이 없었고, 여행에는 풍광에만 빠져 인간 삶을 들여다보지 않았고, 학교공간 재구조화는 치적으로 전락했다. 인문학, 여행, 공간 혁신이 일으킬 변화가 목적이어야 했는데 그런 정책이 목적이 되어 학교문화는 제자리-퇴행되었다. 나는 무력했고.


  내가 보는 세상이 모래알 정도인지, 그것도 삐딱하게 째려보는 수준인지는 모르겠다. 그 모래알에 묻은 먼지조차 떨어내지 못하는 무기력.
  먼지 떨어내겠다는 욕심 버렸다.
  그냥 사람의 감정에 충실하며 사람을 위한 삶을 혼자 살련다.

  내일저녁에 교(원)감단 환영회가 있다.
  정말 오래간만에 잘 보이려고 머리 깎고 단정한 봄맞이 옷도 준비했다.
  새로 온 교(원)감들을 봄맞이하듯 따뜻하게 맞을 것이다. 불콰한 얼굴로 우리끼리 잘해보자고, 최소한 그들처럼은 되지 말자고 떠들어 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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