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4년 10월 27일

멋지다! 김샘! 2024. 10. 27. 14:28

  하루하루 교감일기를 쓰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글을 쓰는 행위로써의 힘듦이 아니라 글 쓰는 사람의 책임이 수시로 머릿속을 맴돌아 개운한 날이 거의 없다.
  내일쯤이면 '내가 이토록 교장을 갈망했던가?'가 출간될 듯하다.

  지난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경주에서 교원노동법이해과정 연수를 받았다. 연수를 신청할 때는 대상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상자를 알리는 게시 공문을 일부러 확인하지 않고 있었는데, 대상자가 된 오랜 친구가 알려줘서 공문을 확인하고는 잠시 눈앞이 환해졌었다. 이 친구와 이틀 동안 함께 방을 쓰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틀 동안 같은 장소에서 연수를 받으면 한 숙소에서 연박은 당연하지 않은가? 숙소 지배인이 나와서 계절 탓을 하며 불가피하게 하루하루 방을 옮겨야 한다고 했다. 일 년 전부터 계획된 연수이고 올해도 이미 같은 장소에서 여러 번 연수를 운영했는데, 이 좋은 계절에 여행객이 많다는 것은 숙박업자면 능히 예상하고 있는 일이 아닌가? 여럿 연수생들이 불만을 토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는 이런 대우, 정당한 요금을 대가를 지불하고도 그 대가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는 걸 대단히 싫어한다. 식당에 가서도 손님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하지 않으면 가볍게 이의를 제기하고 불편이 계속되면 지불한 대가를 요구하지는 않고 불편을 또박또박 똑 부러지게 말하고는 서둘러 나온다. 두 번은 그 식당에 가지 않는다.
  지지난주에 수학여행에 동행했을 때도 호텔 관계자가 우리 학교 학생들을 눈짓으로 차별하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며 담임교사에게는 대중 숙소 이용 예절로 학생들을 지도하고-이미 학교에서 지도했음을 알고 있었다.-, 만약 호텔 관계자가 과하게 학생들의 행동을 제재한다면 학생이지만 정당한 요금을 지불한 손님임을 상기시켜 주고 학생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중하게 묻고 만약 그게 학생이기에 받는 차별이라면 나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교사에서 교감이 되고 교장이 된다는 것은 교육자에서 조직관리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조직관리자에게는 조직관리에 필요한 여러 법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강사로 온 노무사가 학교는 직종의 백화점이다-내 책 '초등학교는 지금'에서 학교에 있는 다양한 직종을 알렸었다.-라고 표현하며 학교가 그런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직종이 다양하니 직종마다 적용받는 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으로 학교는 직종마다 명확하게 법이 적용되었거나 되는 게 아니라 전문가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소지가 있는 애매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있어서 당사자들 간의 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했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니 상상을 초월했다. 그동안 내가 행한 행정 행위가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그런 일들이 나에게 벌어지면 온전하게 버틸 수 있을지, 불안한 생각으로 마음이 쪼그라들었다.
  법을 제대로 몰라서 도와준 게 잘못이 되고, 도와주려고 했는데 극구 거부해서 가만히 있었더니 그게 또 법 위반이 되는 학교의 현실, 그걸 이용하려는 일부 못된 구성원들 사이에서 조직관리자로서의 미래가 암담하기만 했다.
  그러면서 학교 관리자의 교육자로서의 역할이 등한시되는 건 우리나라 교육의 퇴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관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육하는 학교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교육지원청마다 노무사를 비롯한 전문가의 현실적인 배치가 절실함을 느꼈다.

  '교원노조법에 의한 단체협약 결과가 법령·조례 · 예산에 어긋나면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사용자 측의 성실이행 노력의무가 부과된다'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사용자가 법령·조례·예산에 어긋나면 단체협약을 맺지 않아야 하나 그렇게 했다면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고 책임은 물을 수 없으나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도교육청에서 이것을 유념하여 학교를 위축시키며 혼란을 조장하는 단체교섭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간혹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어떤 근거로 '내 자식을 왜 그렇게 가르쳤냐?', '내가 네 말을 왜 따라야 하느냐?'며 윽박지른다고 한다.  다음의 법령으로 아주 점잖게 알려주시고 그렇게 해도 수긍하지 않는다면 단호하게 교감과 상담하게 하시라.


「교육기본법 제13조(보호자)」 ①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
  ②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
  ③ 부모 등 보호자는 교원과 학교가 전문적인 판단으로 학생을 교육·지도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존중하여야 한다. <신설 2023.9.27>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 5(보호자의 의무 등)」 ① 보호자는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보호자는 제20조의 2 제1항에 따른 교원의 학생생활지도를 존중하고 지원하여야 한다.
  ③ 보호자는 교육활동의 범위에서 교원과 학교의 전문적인 판단을 존중하고 교육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여야 한다.
  [본조신설 2023.9.27]

「초·중등교육법 제20조(교직원의 임무)」 ① 교장은 교무를 총괄하고, 민원처리를 책임지며,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고, 학생을 교육한다. <개정 2021.3.23, 2023.9.27>
  ② 교감은 교장을 보좌하여 교무를 관리하고 학생을 교육하며, 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 다만, 교감이 없는 학교에서는 교장이 미리 지명한 교사(수석교사를 포함한다)가 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
  ③ 수석교사는 교사의 교수·연구 활동을 지원하며, 학생을 교육한다.
  ④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
  ⑤ 행정직원 등 직원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의 행정사무와 그 밖의 사무를 담당한다.
  [전문개정 2012.3.21]

「초·중등교육법 제20조 2(학교의 장 및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① 학교의 장과 교원은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교원의 교육활동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 <개정 2023.9.27>
  ② 제1항에 따른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 제5호 및 제6호의 금지행위 위반으로 보지 아니한다. <신설 2023.9.27>
  [본조신설 2022.12.27]

  그리고 꼭 잊지 않기를 바란다.
  비록 교원노조법으로 교사는 피사용자, 교감과 교장은 사용자로 나눠지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노동자이면서 국가공무원이다. 서로의 권익 보호를 위해 때로는 갈라져야 하겠지만 국가공무원인 교원의 역할을 침해받지 않으려면 함께 해야 함을, 그리고 교감과 교장 역시 노동자인 교사의 권익 신장이 노동자의 교감과 교장의 권익 신장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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