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앨범/산책길에서

둥근잎유홍초

멋지다! 김샘! 2024. 10. 31. 16:01

  내가 건강을 생각하여 의무감으로 산책을 시작할 무렵에 너를 처음 보았다. 나팔꽃도 정원과 화단에 머물던 시기인지라 방둑에 진한 주황색으로 핀 너를 보았을 때 서양에서 잘못 들여온 뽑아버려야 할 잡초라고 생각했다. 몇 해 전에 학교 화단에서 너보다 작고 잎이 바늘 같은 진홍색의 꽃이 울타리를 감고 있는 것을 보았다. 유홍초라고 하더구나. 간혹 가는 지역 축제의 울타리에서도 보이더구나. 그때까지도 나는 네가 서양에서 잘못 들여온 작은 나팔꽃으로 여겨서 너보다 큰 나팔꽃과 사랑을 나누어 중간 크기, 주황과 진홍의 중간색이 나오겠거니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그렇게 되지 않아서 도대체 네가 뭔지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둥근 잎유홍초이더구나. 학교 화단과 지역 축제장에서 곱게 기르던 그 유홍초이었더구나. 너도 한때는, 지금은 야생화가 된 나팔꽃처럼 곱게 길러졌다고 하더구나. 오늘 둑방을 걷다가, 밭에서 잘 관리받으며 자라는 고추 가지 배추 무 벼를 부러운 듯 시멘트길 가장자리에서 줄지어 꼿꼿하게 쳐다보는 너를 보았다. 부러워하지 마라. 그것들은 아무리 사랑을 나누어도 그 밭을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다. 너는 마음만 먹으면 그 밭으로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지 않느냐. 오늘따라 화단과 축제장을 벗어난 네가 참 대견하구나. 언제 추위가 물려올지 모르는 변덕 심한 가을이다. 볕 따스할 때 얼른 사랑을 나누어 내년에도 볼 수 있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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