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야 할 결정적인 시기에 선생님이, 또는 감정이 발달하는 결정적인 시기에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들만의 특수하고 통제가 불가능한 스트레스에 우리를 노출시킨다면, 우리는 '나는 학습이 불가능하다거나, 나는 사랑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비뚤어진 믿음을 가지고 자라날 수 있다. 이를 보여 주는 좋은 예로, 심각한 읽기 능력 문제를 가지고 있는 빈민가의 아이들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가 있다. 그 아이들은 정말로 지능적인 문제가 있어서 읽지 못하는 것일까? 전혀 아니었다. 심리학자들은 아이들의 읽기 공부에 대한 저항을 한자를 가르침으로써 우회적으로 해결했다. 몇 시간 이내에 그들은 영어로 되어 있다면 읽을 수 없었을 더 복잡하고 상징적인 문장, 즉 한문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이 그동안 "너희들은 영어를 읽을 능력이 없다."라는 선입관에 사로잡힌 교육을 너무나도 잘 받아 온 것이 분명했다.
-스트레스:당신을 병들게 하는 스트레스의 모든 것/로보트 새폴스키/이재담. 이지윤 옮김/사이언스북스
얼마전에 아내가 근무하는 초등학교에서 가정방문을 한다고 했습니다. 요즘에 생뚱맞게 가정 방문을 한다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닌지? 학부모님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아이들의 반응 등이 교차되었습니다. 초임시절에 가정방문이 있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페지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가정환경에 정보도 막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인권침해와 개인정보보호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정환경 조사서'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학부모님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모님들이 꼭 가정에 있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아이들에게도 부모님이 안계셔도 된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아내도 많은 부담감을 안고 가정방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가정방문을 마친 후 아내의 반응은 '가정방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새 실내화를 살 수 없는 이유?, 과제해결이 안되는 이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이유? 학습장애가 있는 이유? 등을 다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내가 근무하는 학교가 시골학교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정방문 이후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도 눈에 보이는 아이의 문제해결에 중점을 두기보다, 가정방문으로 파악한 정보로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고자 노력한다고 합니다. 새실내화를 사지 못하는 아이에게 실내화를 사주었더니 너무 기쁘하더랍니다. 그 아이는 실내화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아이였답니다. 실내화도 사지 못하는 환경의 아이에게 학교가 가정에 요구한 다른 것들이 제대로 이루어졌겠습니까? 이런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학습에도 지장을 초래하게 된 것입니다. 아 아이에게는 학교교육에 필요한 사소한 것들도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였던 것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도 특정 교과에 진전이 없는 학습 부진아가 있습니다. 다른 활동을 관찰해 보면 전혀 문제가 없어서 더 답답합니다. 방법을 바꾸어 보고, 솔깃한 제안을 하고, 엄한 훈육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아이는 어떤 스트레스 요인으로 특정 교과에 대해서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 교과는 잘 할 수 없어!'라고 심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로 낙인을 찍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아무리 노력해도 진전이 없는 것입니다. 바른 지도는 아이가 잘하는 교육활동이나 다른 교과로 성취감을 맛보게 하고, 그 자신감으로 어려워 하는 교과에 도전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더 좋은 방법은 좋아하는 교과에 어려워 하는 교과의 학습요소를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이가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학교 현실을 생각하면 어렵습니다. 그러나 시도해 보십시오.
부모의 욕심으로 학습장애를 받는 아이도 있습니다. 엄마 친구의 아들을 이야기하면서 아이의 발달단계와 심리상태를 감안하지 않고 온갖 학원에 보내는 것입니다. 아이는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것들 뿐입니다. 부모님의 성화로 피하지도 못합니다. 자포자기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의 어려운 문제를 부모님이 해결할 수 있도록 학부모 상담활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흔하게 아이들을 스펀지에 비유합니다. 무한히 받아들이는 존재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에 지속적으로 부딪히면,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나는 이것도 해결할 수 없는 한심한 아이야!'라고 자포자기하는 '학습성 무원감'에 빠집니다.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아이가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를 던져주고 있지 않은지 아이의 눈높이에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가 있다면 빠져나갈 수 있는 길도 안내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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