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리더십/신규교사 멘토링

아이들은 모든 것을 기억하지 않는다.

멋지다! 김샘! 2013. 8. 27. 16:47

 과거를 떠올려 보십시오. 파란만장하게 살아온 지난 삶이 한편의 영화처첨 순서대로 흘러갑니까? 아니면 즐거웠던 것, 슬펏던 것들이 사진처럼 떠 오릅니까?

 사람의 기억은 동영상처럼 재생되지 않고 스틸 사진처럼 떠오릅니다. 어떤 시기에는 기억에 남는 것들이 전혀 없을 것이고, 특정 시기에는 유독 많은 것들이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함께 지낸 친구가 기억하는 것과 본인이 기억하는 것도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연예인들이 TV에서 서로의 기억이 맞다고 우기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고, 동창회에서 서로의 기억이 옳다고 언성을 높이는 친구를 본 적도 있을 것입니다. 같은 상황을 서로가 왜 다르게 기억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기억이 사실을 뇌에 저장한다고 착각하고 삽니다. 기억은 사실을 자신의 감정으로 재해석한 경험을 뇌에 저장한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기억하지만 어떤 이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같은 상황도 개인이 처한 감성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 뇌에 저장되기 때문에 옥신각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는 목격자의 진술을 결정적인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하면 기억은 어떤 사실을 자신의 감정상태에 따라 재해석한 경험을 뇌에 저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일보다 마음을 움직-감정의 변화-인 것들만이 기억으로 저장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작보다는 끝감정과 절정의 순간을 더 잘 기억합니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은 헤어짐에 대한 슬픔과 태어나서 처음으로 애절하고 간절한 절정의 호감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헤어짐이 없는 첫사랑과 어머니의 모성애를 능가하지 못한 첫사랑은 오랫동안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기억을 학교교육과 연결시키면 여러가지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를 때려서 뇌진탕 증상이 있다고 하는데, 아이 말을 들은 학부모와 아이를 때린 선생님은 그 상황을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선생님의 감정상태가 달랐기 때문에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보다 선생님에게 체벌을 당했다는 것이 더 충격적일 수 있기 때문에 엄포성인 선생님의 격한 행동이 자신의 신체에 직접 해를 가했다고 기억할 수도 있고, 선생님은 여러 번의 주의와 충고를 무시하고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아이에게 너무 화가나서 엄표성의 격한 행동이 순간적으로 아이의 신체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한 번의 실수라고 하고, 선생님은 여러 번의 지적에 아이가 무시했다고 하는 것도 서로 처한 감정의 상태가 달랐기 때문에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선생님의 기억에 의존하는 학교와 아이의 기억에 의존하는 학부모의 현명함입니다. 학교는 문제를 빨리 해결하겠다고 선생님에게 섣부르게 잘못을 묻지 말고, 먼저 아이의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주고 학부모에게는 고의성이 없는 지도과정에서 일어난 지극히 우발적인 상황이였음을 설득시키고, 선생님에게는 체벌에 대한 학칙 숙지와 현명한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전문성을 기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선생님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에 감정이 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소중한 아이였다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상대적이기 때문에 몰라주는 선생님만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선생님은 모든 아이에게 공평해야 합니다. 특정한 아이를 배려한다고 다른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옳지 않는 것입니다. 아마 학교에서 화해의 손을 먼저 내밀 것입니다. 아이의 기억에 의존해 옳고 그름을 따져서 사과를 받으려는 것보다 서로를 이해하는 화해를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만약에 아이가 지속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면 철저한 진상파악을 요구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함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아이의 '기'를 살린다고, 아이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서 이러한 상황을 이용한다면 앞으로 부모님이 아이에게 지불해야 할 비용이 너무 가혹할 것입니다.

 

 일기, 기행문, 체험학습 소감문을 대부분의 아이들이 제대로 쓰지 못합니다. 쓰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쓸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기억이 없다는 것입니다.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들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알찬 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입니다. 수업, 수학여행, 현장체험학습 등에서 아이들에게 꼭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있을 것입니다. 이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아이들의 감정을 가장 잘 움직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체계적으로 잘 작성된 수업지도안이나 교육활동 계획서를 보면 가르칠 내용, 유의사항, 안전사고를 비롯한 생활지도 등은 잘 나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용만 있을 뿐 아이들의 감정과 상태를 고려한 일정과 전략은 빠져있습니다. 수학여행이 우리나라의 문화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면 캠프파이어는 아이들이 지쳐있을 시간에 시시하게 실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생기발랄한 시간대에는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한류와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연결하는 재미있는 방법을 계획한다면 캠프파이어보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더 기억할 것입니다. 수학여행에서 캠프파이어와 놀이동산보다 더 재미있고 감동적인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기억에 가장 오래 남습니다. 반대로 수학여행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캠프파이어의 재미와 놀이동산의 시간을 감소시키면서 기억시키려는 내용을 감동적인 방법으로 경험시켜 뇌와 몸에 기억되도록 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많은 것을 전달하기 위한 밋밋하고 틀에 박힌 단순한 방법보다 아이들의 정서와 심리를 고려한 감동적인 방법으로 꼭 필요한 내용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각 지역별로 학습지도연구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심사를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관리자와 그 과목에 전문성이 있는 선생님이 수업지도안대로 잘 진행한 선생님에게 좋은 결과를 줍니다. 아이들의 참여도와 반응을 참고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얻은 기억을 파악하고 평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학습지도연구대회를 '쇼'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쇼는 관객이 감동을 받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학습지도연구대회는 관객인 아이들이 감동을 받는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쇼를 제공하는 스태프가 감동을 받는 정도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쇼가 되기 위한 다른 평가방법이 개발되거나 아니면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선생님의 전문성인 가르치는 기술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대회보다는 교실에서 항상 마주하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쇼를 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입니다.

 

 한 시간의 수업, 하루일과 운영, 일주일의 교육활동, 월별 교육활동, 일년 동안의 학급 교육과정과 학교 교육과정에서 아이들이 가장 기억에 남도록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하기 싫어하지만 억지로라도 꼭 시켜야 할 것은 초기에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이들이 꼭 고쳐야 할 나쁜 습관, 안전을 위해서 지켜야 할 내용, 학교폭력 예방과 대응에 필요한 행동 등과 같이 습관화가 필요하고 꼭 지켜야 할 내용은 아이들이 불편해 하더라도 초기에 엄하게 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잘 지킨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보상을 실시하여 위축된 마음을 풀어주도록 합니다. 그래서 정해진 규칙이나 학습활동을 제대로 하면 보상활동과 더불어 성취감에 의한 긍정적인 상승기분으로 도전의식이 생기고, 이 도전의식으로 얻은 경험이 뇌와 몸에 기억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초기의 엄한 분위기와 힘든 교육활동보다 부드럽고 희망적인 분위기와 쉽게 성취감을 느끼는 교육활동을 실시하면 초기의 부정적인 기억을 희석시킬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기억의 메카니즘을 이해한다면 많은 것을 기억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감동을 주는 교육이 아니라, 감동을 받는 교육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