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리더십/신규교사 멘토링

몰라서 못하는 것입니다.

멋지다! 김샘! 2013. 11. 25. 10:48

 첫 발령 받은 다음해에 6학년을 하게 되었습니다. 6학년이 되면 자비로 수학여행을 가게 됩니다. 요즘은 수학여행 경비를 스쿨뱅킹으로 입금을 하면 되지만 그 당시에는 담임선생님이 직접 받았습니다. 다른 준비물은 잘 안 챙겨오지만 수학여행 경비만큼은 정해진 날에 한 아이도 빠짐없이 제출하는 것이 이야깃 거리도 되곤 했습니다. 처음 6학년을 맡고 수학여행을 준비하는 것이라, 잘 해보려고 이것저것 빠짐없이 준비를 잘 했습니다. 그런데 출발일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수학여행 경비를 학교 세외구좌에 입금하고 다시 출금하여 여행사에 지출해야 되는데 그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여행사에 입금했다는 것입니다.

 난감했습니다. 수습은 여행사에서 다시 돌려 받아서 세외구좌에 입금하고 다시 출금하여 여행사에 지출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런데 교감선생님께서 모르면 물어야지 묻지도 않고 왜 이렇게 일을 만드냐고 나무랐습니다. 저도 혈기왕성한 시기라 '그렇게 하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는데 어떻게 여쭤보겠습니까?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신규가 수학여행을 준비하고 있으면데 교감선생님이나 선배선생님이 가르쳐 줘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여전히 교감선생님은 '묻지도 않는데 무엇을 가르쳐 준다는 말이냐?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앞으로 자주 물으라'는 말로 나무랐습니다.

 

 경력이 아주 낮은 신규나 마찬가지인 후배선생님이 관리자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관리자가 선생님들에게 물어 볼 내용이나 질타할 것이 있으면 해당되는 선생님에게 직접 이야기하면 될 것인데 왜 교무부장선생님을 거치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학교는 직장이고 직장은 위계가 있으며, 관리자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1차적으로 교무부장선생님에게 내막을 알아보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상이며, 교무부장선생님이 모르는 사항이면 해당선생님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고 그 내용을 관리자에게 전하는 것이 정상적인 학교의 위계이며, 만약에 관리자가 궁금한 것을 해당되는 선생님들에게 일일이 직접 물어보면 선생님들이 얼마나 바쁘고 불편할 것이며, 일과운영과 학교업무를 조율하는 교무부장선생님도 그 내용을 알 수 없으니 일과운영 및 월중계획에 반영시킬 수 없어서 학교가 혼란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또 교육활동 계획서를 수립하여 결재를 득할 경우에도 교무부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의 단계를 거치는 것이 바른 것이며 최종 결재자가 교장선생님이라 하여 중간을 생략한 체, 교장선생님께만 의논하고 결정된 것을 결재만 해달라는 것은, 위계를 무너뜨림과 동시에 학교 교육활동을 혼란에 빠뜨리고, 선생님에 대한 신뢰를 깨뜨려 바른 인간관계 형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 대부분의 교장선생님들은 교무부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과 의논한 다음에 의논하자고 하고, 교무부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에게는 업무처리 단계를 선생님께 알려주도록 지시한다는 것도 이야기했습니다. 

 

 신규선생님들은 학교 경험이 실습이외에는 없으며, 사회경험도 풍부하지 못합니다. 당연히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이 모르는 것이 두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첫번째는 존재를 모르는 것으니 아예 질문을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대부분의 신규들이 교육활동 계획을 수립할 때 이전해의 계획과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참고합니다. 그런데 의례적인 절차나 계획 수립 후에 변화된 내용 등은 계획서에는 표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학교와는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교육활동이라도 내용이 상당부분 다릅니다. 이렇게 이전 계획서에 빠져있거나 다른 학교의 계획서를 이식해서 수립한 계획서에 없는 내용들은 신규선생님이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질문 자체를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무조건 다그치기보다는 그렇게 해야 되는 이유와 근거를 잘 설명해서 감정적인 대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신규선생님도 몰라서 못했지만 본인의 잘못이기 때문에 정중하게 인정하고 부족한 점을 잘 채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한다면 원만하게 해결되고 인간관계도 더 돈독해 질 것입니다. 

 

 두번째는 직장생활의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의사결정과 책임이 따르는 교육활동에 대한 결정의 위계를 모르는 경우입니다. 교육활동을 수립하기 전에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하여 협의회를 할 경우에는 특별한 위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품위를 지키며 자유롭게 소통하여 좋은 아이디어를 선택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선택된 좋은 아이디어를 연간교육활동, 월중계획, 일과운영, 학교의 실태와 환경 등을 고려하여 교육활동을 위한 계획서로 수립되어 책임이 따르는 결재를 득해야 되는 경우에는 위계가 있어야 합니다. 부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이 검토된 것을 최종적으로 교장선생님이 결재하여 시행해야 되는 것입니다. 간혹 검토과정에서 추가하거나 수정해야 될 사항을 이야기하며 '다시 알아보고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그 분들을 무시하는 아주 큰 결레입니다. 학교의 사정에 가장 밝은 사람이 추가와 수정을 지시하는데, 그 분들보다 학교의 사정을 더 잘 아는 분이 어디에 있을까요? 만약에 추가하거나 수정해야 될 사항에 의문이 있으면 품위있게 그 이유와 근거를 여쭤보는 것이 도리이며 이런 과정을 통해서 성장하는 것입니다.

 경력이 꽤 되었는데도 이런 실수를 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분들은 신규선생님 시절에 이 과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신규선생님 시절에 아이들도 열심히 가르쳐 보고 다양한 교육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생님이 되는 빠른 길입니다.

 

 신규선생님들은 당연히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당연히 모르는 것 때문에 법적인 책임을 비롯한 낭패를 당할 수가 있습니다. 신규선생님은 학교생활은 '백지'라는 생각으로 본인이 잘 세운 교육활동 계획서를 비롯한 학교생활의 전반적인 내용들에 관해 선배선생님과 상의하고, 선배선생님들은 신규선생님들의 잘못을 감정을 뺀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이고 '알면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못한다.'는 생각으로 신규선생님들의 바른 성장을 도우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