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컴퓨터와 인터넷의 애완동물이 되어 있지 않습니까?

 처음 선생님을 시작했을 때 교무실에는 386컴퓨터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도스(DOS)를 기반으로 하는 문서작성과 연산과 통계를 처리하는 외국 프로그램과 PC통신과 게임이 전부였습니다. 요즘 '응답하라 1994'의 사회배경이 저의 초임 시절과 일치합니다.

 따라서 컴퓨터는 우리에게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기보다 업무를 보조해 주는 역할이 주였습니다. 컴퓨터 수업도 도스 명령어와 간단한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문서작성기가 주였습니다. 그리고 보상으로 게임을 할 권한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게임을 하기 위하여 컴퓨터의 기능을 익히는 것이 태반이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혁명이 일어난 이후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컴퓨터가 업무를 보조하는 수단에서 벗어나 지식과 정보를 저장하고 공유하는 장소로 바뀌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식과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가상의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되었고,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가 실시간으로 전세계의 사용자와 사회적 관계를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메일과 SNS, 클라우드 컴퓨팅도 생활과 업무에 많은 편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비롯한 정보화기기가 없으면 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편리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학교입니다. 응답하라 1994에는 수업의 보상으로 게임을 권장했지만 지금은 인터넷 게임 중독이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만약에 지금 학교에서 보상으로 인터넷 게임을 권장한다면 엄청난 사회의 저항에 부딪힐 것입니다. 물론 국가정책의 문제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논하지 않겠습니다.

 응답하라 1994에서는 정선된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 컴퓨터의 문서작성기를 사용했지만 이제는 인터넷에 있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복사하여 과제로 제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과제 제출에 익숙해 지다보니 책으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인터넷에 있는 정보의 진실성을 확인하기 위해 책으로 검증하는 절차도 생략되어 거짓 정보를 걸러내는 판단력이 쇠퇴하게 되었으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짧은 글로 정보를 얻는 것이 습관화되어 3쪽을 제대로 넘기지 못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교과서의 지문을 1쪽만 읽혀도 어려움을 표시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은 대중의 인기에 의해서 그 생명력이 유지됩니다. 전문가가 작성한 글이라도 대중이 원하는 내용이 아니면 사장되고 거짓이라도 대중이 원하면 그 생명력을 이어갑니다. 진실보다는 개인의 경험과 감정으로 대중적인 인기에 영합할 수 있는 기사와 광고 전문가의 조언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문가의 논문은 공신력있고 권위있는 학술지에 먼저 게제되고. 나중에 대중의 인기로 먹고 사는 비전문가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문가의 논문 중 일부를 발췌하여 인터넷에서 탑재합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접하는 사람들은 전체의 맥락을 보지 못하고 일부를 보기 때문에 원래 전문가의 취지가 아닌 비전문가가 의도한대로 믿게 됩니다.

 또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은 너무나 바쁘기 때문에 매일같이 인터넷을 접속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글을 작성하는 것이 자신의 전문성을 신장시키는데 불필요하며 시간만 허비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거의 인터넷으로 결과물을 발표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학력의 되물림에도 컴퓨터와 인터넷의 영향이 아주 큽니다. 아이에게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가정환경일수록 책보다는 컴퓨터와 인터넷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습니다. 학교나 생활속에서 해결해야 될 문제도 책보다는 인터넷의 온갖 거짓 정보로 해결합니다. 당연히 학습의 진척이 없습니다.

 반면에 아이에게 영향력을 가진 가정에서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부작용을 인지하고 있으며, 거짓 정보에 쉽게 현혹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비판적인 책읽기를 비롯한 다양한 독서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또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터넷보다 도서관을 통해서 해결하도록 강조합니다. 당연히 학습의 질과 속도가 컴퓨터에 많이 노출된 아이보다 월등합니다.

 더 큰 문제는 학년이 상승할수록 그 차이가 심화되는 것입니다. 지식의 격차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 지식의 격차가 학력의 되물림으로, 학력의 되물림이 사회지위의 되물림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컴퓨터는 학습에 필요합니다. 필요악이 아닙니다. 간단한 객관적인 정보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쉽게 컴퓨터로 해결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리고 다른 정보화기기와의 호환성 인터넷을 통한 확장성은 학습의 보조도구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학습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를 벗어난 컴퓨터 만능주의와 인터넷 맹신은 정독을 방해하여 독서활동에 장애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독서활동의 장애로 인터넷의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 학습의 진척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지식 격차가 발생하여 학력이 되물림되고 결국에는 사회적 지위의 되물림으로 이어집니다.

 

 애완동물을 주제로 하는 TV프로그램에 인간과 동물의 서열이 파괴되어 동물이 인간을 통제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동물을 동물행동교정 전문가가 여러가지 도구와 방법으로 교정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어떤 아이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애완동물이 되어 컴퓨터와 인터넷을 주인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교정할 수 있는 것이 독서활동입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해결하는 것을 자제시키고 느리지만 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결과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부정하고 바른 방법으로 교정시켜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릴적부터 컴퓨터와 인터넷에 맹목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자제시키고 책과 친하게 지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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