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생들은 방학에 대해서 불만이 많습니다. 토요휴업일의 전면 실시에 따라 방학이 짧아졌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방학만 짧아진 것이 아니라 말은 토요휴업일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방과후학교, 토요스포츠클럽을 비롯해 각종 행사때문에 토요일에 거의 등교를 하기때문에 토요휴업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선생님 크리스마스 이후에 겨울방학을 시작하는 것은 처음이에요!'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희망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토요휴업일에 해야 하는 스포츠클럽과 방과후학교는 실적과 대회때문에 반강제적으로 해야만 하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에 아이들과 똑같은 마음이지만 아이들편에 서지 못하는 것이 미안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방학식날 아이들은 벌써 잊어버고 기뻐서 날뛰었지만 방학중 방과후학교를 안내하니 이내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렸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숙제도 부담이 되는지 인상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방학생활에 대해 부모님과 아이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들은 아이를 그냥 집에 둘 수 없어서 학원을 비롯한 사교육에 의지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방학이 짧거나 아예 없으면 아주 좋겠고, 그나마 학교에서 저렴하게 방과후학교라도 개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그저 학교와 공부에서 해방되는 것을 방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가가 나서도 이 두 생각의 차이는 좁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방학숙제 역시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필요하다와 불필요하다로 나뉘는데 끝장토론을 하더라도 결론은 도출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아이 스스로 주제를 정하여 탐구활동을 한 후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하는 방학숙제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관점에서도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요즘 STEAM교육이라 하여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 예술(Art)'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학문간의 융합으로 탐구하는 과학교육의 한 형태입니다. 즉, 어떤 문제를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예술을 융합하여 해결하려는 과학교육의 한 형태라 생각하면 됩니다. 더 나아가 실생활에서 여러 분야의 학문이 융합되어 이용되는 것들을 통하여 단순한 문제풀이식과 단편적인 지식습득의 학습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학습방법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STEAM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방법으로 학문간의 융합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데,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치밀한 계획, 장기간의 시간, 선생님을 비롯한 전문가의 지도와 조언이 필요합니다.
학기중에는 실천하기 힘든 조건들입니다. 그래서 방학을 이용하자는 것입니다.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단순하고 단편적인 숙제도 해오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고차원적인 숙제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숙제를 해 오지 않는 아이들을 탓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숙제를 제시하는 방법에 변화를 주고, 선생님들의 방학중 근무형태를 이용한다면 가능합니다.
먼저 방학전에 사는 곳, 교우관계, 학습능력을 고려하여 조를 구성합니다. 조가 구성되면 아이들 스스로 탐구주제를 정하도록 하는데 사는 곳의 자연환경과 문제점 등에 대하여 충분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지도록 합니다. 주의해야 될 점은 인적자원(전문가 또는 정보제공자)과 물리적자원(도서관 또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을 고려한 주제가 되어야 실현가능하다는 것을 지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흔한 주제나 인터넷을 통하여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아이들 스스로 탐구하여 해결할 수 있는 주제가 선정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렇게 주제가 선정되고 나면 탐구보고서 작성법에 대한 지도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역할분담을 하도록 합니다.
역할분담을 할 때 꼭 지켜야 할 사항은 일반적으로 아이들에게 역할분담을 하게 하면 탐구목적과 동기는 '가'아이가 하고 탐구내용은 '나'아이가 하고 탐구방법은 '다'아이가 하는 형식으로 분담하게 됩니다. 그래서 중요한 탐구내용은 그 조에서 학습능력이 우수한 아이가 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무임승차하는 현상을 초래합니다.
바른방법이 아닙니다.
탐구보고서 작성 순서에 의하여 구체적이며 실현가능하도록 계획하고 이 계획에 의하여 각 영역별로 역할분담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면 탐구목적과 동기는 2013년 1월 3일에 어디에서 몇시까지 모여서 해결하는데 00자료는 '가', 00자료는 '나', 00자료는 '다'가 준비하고 준비하고 해결한 후 조장은 4일 오후 6시까지 정리하여 선생님께 이메일이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제출한다와 같은 식입니다.
인간에게는 생존과정에서 형성된 심리적인 거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앞에 닥친 것은 급하고 위협적인 것이서 빨리 해결해야 되고 비교적 시간이 것은 덜 급하다고 덜 위협적이기 때문에 천천히 해도 된다는 인식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방학숙제를 많이 해오지 않는 것도 심리적인 거리와 관계가 있습니다. 벼락치기 공부가 아직까지 유효한 것도 심리적인 거리와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맹수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환경에서는 맹수가 가까이 오면 빨리 반응하고 맹수와 거리가 유지되면 천천히 반응해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지식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의 우리들은 앞에 닥친 것만 급하게 해결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것은 빠뜨리는 잘못을 저지르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계획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심리적인 거리를 좁히는 구체적이고 단기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단기적인 계획이 모여서 장기적인 계획이 완성되도록 하는 것이 심리적인 거리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방학숙제도 장기적으로 개학일에 맞추어 제출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몇단계의 구체적인 작은 계획으로 세분하여 제출하게 하면 효과적입니다.
만약 정해진 기한에 제출하지 않으면 선생님은 전화나 이메일 등을 통하여 독려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런데도 제출하지 않으면 못하는 이유를 상담해야 합니다. 방법을 모른다면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협동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원인을 분석하여 역할분담을 새롭게 조직하여 해결하도록 합니다. 아이들에게 적당하게 넘어가도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결해야 되는 것으로 인식의 변화가 생기도록 해야 합니다.
방학에 즈음하여 방학중 교원의 복무에 대하여 공문이 왔습니다. 특히 방학중 교원에게만 허용된 41조 연수의 민원에 대비하여 41조 연수의 목적에 부합되는 영역에 연수가 이루어질 것을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는 분들은 다 알지만 토요휴업일의 전면 실시에 의해 방학이 상당기간 줄었고, 각종 의무연수, 비공식적인 근무와 다음 학기 준비를 위한 워크샵, 학기 및 학년말 마무리 업무, 다음학기 준비 등에 대한 업무, 공문처리 등으로 휴가와 같은 개념의 방학은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학생이 없으니까 선생님들도 일이 없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교직을 바라보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방학중 복무 강화에 관련된 공문과 복무감사가 되풀이되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41조 연수의 주제를 아이들의 방학숙제 지도와 관련짓고 실적물은 아이들의 탐사활동보고서로 대신하면 교직의 적합성을 비롯한 모든 면을 만족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형식적으로 그렇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각종 정보매체 등을 통한 온라인 지도와 집합 지도 등과 같은 오프라인 지도계획으로 41조 연수를 신청하고 실제로 지도한 후 아이들의 보고서로 41조 연수보고서로 대체하자는 것입니다.
가르치는 업무만 해달라는 것은 선생님들의 숙원입니다. 단순히 수업만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도 아닐 것입니다. 숙원이 이루어지는 좋은 접근법이 선생님의 생활과 업무를 가르치는 것과 관련짓는 지혜인 것 같습니다.
방학숙제에 대한 주장도 그 한 방법으로 이해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지친 몸과 심신을 재충전하는 방학이 되기를 더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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