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간섭

언제까지 속아야 하나?

멋지다! 김샘! 2016. 3. 8. 20:21

눈물이 나려고 한다.

해가 바뀌고 학년이 바뀔 때마다 기대하는 것이 있다.
정직하게 다가오는 타인을 기대한다.
그 소망이 올해 이루어지기를 갈망했다.
 
갈망으로 그쳤다.
겉만 정직으로 포장된 위선에 속았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원한다고 했다.
단순하지만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활동 꾸준히 하고 싶다고 했다.
기뻤다.
세대를 뛰어넘는 교육 동지를 만난 듯하였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기뻤다.
 
오래가지 않았다.
첫 만남에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부탁받았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보따리 풀 기회를 얻은 듯했다.
선생님들에게 우리와 생각이 비슷하니 아이들을 위한 교육활동 잘해 보자고 다짐도 했다.
쓸데없는 결재가 자꾸 올라왔다.
선생님들이 의욕이 넘쳐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분이 시킨 것이라고 했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는데 일주일 채 안 걸렸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을 위하는 척하는 그런 교육과정을 원하는 것이었다.
교육과정이 좀 특이하면서 아이들 실적 많이 남기는 그런 교육과정을 원하는 것이었다.
올해도 속았다.
하지만 여느 때처럼 표내지 않을 것이다.
어디 하루 이틀 일 이년의 일이었든가?
속아주며 산 학교생활이 어디 올해 뿐이든가?
속아주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는 그분들도 어디 올해 뿐이든가?
 
속이고 속아주는 선생 생활이 서글프다.
나이가 들수록 더 서글프다.
자꾸 눈물이 나려 한다.
언제까지 속아야 하나?
언제까지 속아야 하나?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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