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실험을 했습니다.
주제 중심 통합 수업을 했습니다.
특정 교과의 단원과 학습 목표의 범위를 넘은 새로운 교과, 새로운 단원으로 재구성했습니다.
그래서 특정 교과 단원과 학습 목표를 판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에 칠판에 주제를 적고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철저하게 학생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차시, 시간 배분은 의미가 없고 수업 민주주의 원칙으로 학생들의 성취 수준과 요구를 수용하는 수업을 했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다양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때마다 다양한 상황에 맞는 내용으로 학생들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은 신나서 수업의 활기가 돋았습니다.
수업 참관자는 6학년 1반 선생님이 잠시 왔다가 파이팅만 외치고 갔습니다.
그리고 교감과 교장이 참관하러 왔습니다.
주제 중심 통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것 같아서 틈틈이 설명을 했습니다.
연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자꾸 교실 환경을 둘러보면서 이것저것을 만집니다.
의아스럽습니다.
"왜 왔을까?"
"수업 참관일까?"
"수업 참관을 빙자한 나의 학급 경영에 대한 사찰[伺察]일까?"
수업을 마치고 교장실에 볼일이 있어서 갔습니다.
수업 협의회를 하러 간 것이 아닌데 제 수업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역시 특정 교과에 대한 단원과 수업 목표를 기술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였습니다.
왜 단원과 수업 목표를 써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학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그냥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수업에 대한 교조를 설파했습니다.
사실은 단원과 수업 목표를 반드시 적어야 되는가에 대한 토론 주제를 던지고 싶어서 판서하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단원과 학습목표를 판서해야 한다는 교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 분들에게는 토론 주제로 마땅하지 않았습니다. 말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여 수용했습니다.
작은 성과도 있었습니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학교 워크숍을 비롯한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때 해야 될 일은 수업에 대한 재구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우리 학교의 워크샵은 업무를 잘하기 위한 워크숍과 협의회였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본인들의 뜻은 그것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본인들의 뜻이 아닌 방향으로 이루어졌는데 관리 감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결론은 본인들의 말은 수업의 재구성이라고 하지만 속뜻은 효율적인 업무를 위한 워크숍과 협의회였던 것입니다.
내년에는 작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통합과 융합으로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NEIS 틀을 추종하는 한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이것 역시 수용했습니다. 그런데 수용은 했지만 NEIS의 형식을 따를 수 밖에 없으니 형식(계획)따로 실제 따로 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 말대로 한다면 교사들의 업무가 더 가중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통합과 융합의 교육과정은 보여주는 수업에만 존재할게 뻔합니다.
의문이 생겼습니다. 모순에 대한 의문입니다.
NEIS는 법적 장부가 아니라 행정업무 감소를 위한 도움 시스템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교무는 학년말에 NEIS 전체를 전자 문서 결재 시스템으로 학교장의 승인을 받습니다.
그러면 NEIS가 도움 시스템인지? 디지털 공식 문서인지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많은 학교에서 NEIS에 입력한 것을 출력하여 별도로 결재를 득하고 있는데 이것으로 보면 도움 시스템이고, 학년말에 학교장의 결재를 요구하는 것을 보면 공식적인 디지털 문서가 분명합니다. 그러면 굳이 별도로 출력하여 결재를 득한 문서를 보관할 필요가 있을까요?
다른 의문도 있습니다.
정보 공시를 할 때에 NEIS의 형식으로 대부분 공시합니다. 하지만 NEIS 형식이 아닌 내용 중심으로 정보공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정보 공시의 일정한 틀은 없으니 학교 자율로 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NEIS의 주안이나 연간지도계획을 입력하지 않고 실제적으로 재구성한 내용으로 정보 공시한 것을 NEIS 시스템에 맞지 않아서 입력이 불가능하니 업무관리 시스템으로 결재를 득하면 교무가 학년말에 NEIS 전체를 승인받지 않아도 되는가 입니다. 그렇지 않고 반드시 NEIS 결재를 득해야 된다면 NEIS 시스템이 교사들의 다양한 교육과정을 수용할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합니다. 현재의 시스템을 고수하면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라는 것은 모순입니다.
동료장학을 위하여 공개수업을 합니다. 그러나 동료들은 참관할 수 없습니다. 본인의 수업을 제치고 어떻게 동료 수업을 참관할 수 있습니까? 자습시키고 참관하라는 것 밖에 안 됩니다. 동료장학의 취지와는 완전히 모순되는 현실입니다. 결국은 교감, 교장만 참관하는 동료장학입니다. 그래서 수업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담임의 평소 행위를 몰래 살피는 사찰[伺察]의 동료장학으로 귀결됩니다.
학교문화가 바뀌려면 관습과 통념에 의한 맹목적인 신봉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합니다.
오늘 수업도 그 의문의 연장에 대한 실험이었습니다.
작은 성과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업에 대한 교조는 두텁고 높았습니다.
의문도 일었습니다.
NEIS와 실제 운영과의 모순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의문입니다.
수업 실험을 꾸준히 이어가겠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로 작성했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나 의문에 대한 답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저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수업 실험은 비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뿌리깊게 박혀 있는 맹목적인 관습이나 통념을 깨야만 수업의 변화가 생긴다는 취지로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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