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운동장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세그루가 있고, 주차장 옆에는 군지정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성산리 느티나무가 있다. 그런데 이 느티나무 때문에 애를 먹는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학교 주사님이다.
나무가 아름드리이다 보니 느티나무 낙엽이 장난이 아니다. 바람이라도 불면 온 운동장을 뒤덮는다. 심지어 주차장옆에 있는 여섯 그루의 느티나무 낙엽까지 가세하여 온 운동장에 낙엽이 굴러 다닌다. 장관이다. 그러나 주사님은 골치가 아프다. 낙엽을 다 쓸어 담아야한다. 지나가다가 "그냥 두세요. 가을을 즐깁시다."라고 말하면 "저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한분(?)이 치우라고 한단다."
사실 나도 초등학교 운동장의 낙엽에 대해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내가 다녔던 시골의 초등학교 교정에 플라타너스가 많이 있었는데 가을이 되면 온 운동장을 뒤덮었다. 낙엽 밟는 소리가 좋아 낙엽 위로 뛰어다니면 선생님과 주사님이 뛰지 말라고 성화다. 낙엽이 부서지면 청소하기가 곤란하단다. 심지어 등굣길에 낙엽을 세번 이상 줍고 교실로 들어갈 때도 있었다. 그때는 낙엽이 싫었다. 한편으로는 '좀 밟게 놔두면 어때서---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30년이 흘러서 이제 내가 선생님이 되었다. 많은 것들이 변했다. 그러나 한분(?)에게는 여전히 낙엽은 쓰레기에 불과한 것 같다. 작년에 낙엽이 쓰레기로만 취급받는 것이 안타까워 아이들과 체육시간에 같이 낙엽을 밟으며 낙엽에서 나는 소리를 듣게 하고 몸으로 표현도 해보고, 낙엽으로 재미있게 글씨 쓰기도 해보았다. 시골 학생들이어서 식상할 줄 알았는데 너무나 재미있어 했다. 주위에 아무리 좋은 것들이 많이 있어도 관심을 가질때 의미있는 것들이 됨을 새삼 느꼈다.
오늘 학교 운동자의 낙엽은 30년 전의 초등학교 낙엽과 같다. 한분(?)의 낙엽에 대한 생각도 30년 전과 같다.
이래서 학교가 쉽게 바뀌지 않는 모양이다.
'교육 언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S등급을 받아 좋기는 하지만?-교원성과금의 불편한 진실 (0) | 2011.04.27 |
---|---|
승진제도의 문제, 마음가짐으로 해결하자! (0) | 2011.03.31 |
자신은 공정한가? (0) | 2010.09.13 |
나는 체벌에 반대한다. 그러나! (0) | 2010.08.02 |
교원 승진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0) | 2010.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