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월급통장에 교원성과금이 입금되었다고 확인하라는 교감선생님의 메신저를 받았다. 인터넷뱅킹으로 빨리 확인해 보니 S등급에 해당하는 돈이 입금되어 있었다. 기분이 좋았지만 이 돈을 균등분배를 해야되나?, 말을 안하고 넘어가야 하나? 이런 저런 생각에 머리가 꽤 복잡했다. 점심을 먹고 교무실에 모인 선생님들에게 '비도 오고 하는데 사다리타기하여 피자나 시켜 먹자'고 제안을 하자, 선생님 한분이 '성과금 S등급 받은 교무선생님이 사시죠?' 라고 하였다. 비꼬는 말투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온 이야기인지라 '그렇게 합시다.'라고 대답하고 피자를 주문을 하였다. 다른 분이 '교무선생님 오늘 무리하시는 것 아니예요?' 라고 걱정을 해 준다. 내가 조용하게 '피자라도 사고나면 마음이 좀 편안해지려나?' 라고 하니 아무도 말이 없다.
우리학교의 구성원은 교장, 교감선생님을 제외하면 올해 17년의 경력을 가진 나와 경력 1년인 2명의 교사, 1년 이하의 신규교사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교의 지리적 위치 탓에 1년이 지나면 읍에 있는 학교로 이동하고, 또다시 신규교사가 발령을 받아 온다. 당연히 내가 할 일이 많다. 시범수업, 학생지도, 생활지도, 공문서 작성을 비롯한 업무추진 방법 등에 대한 연수와 각종 학교 행사를 추진하다보면 1년이 지나간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내가 S등급을 받는다고 불평을 한다거나 균등분배하자고 제안하는 선생님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다른 학교는 현금으로 분배한다고 하더라 등에 관한 소문에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균등 분배하자!'고 제안하기가, 내가 고생한 일년에 대한 보상과 돈에 대한 욕심으로 내키지 않았다.
한 신문에 따르면 교원성과금 지급 선정 기준이 지나치게 실적 위주의 객관성만을 강조하여 수석교사, 부장교사들이 S등급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점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학교 구성원들의 합의로 선정기준을 정하면 될 것 같다. 앞으로 교원성과금이 계속 지속될 것 같고, 오히려 차등 지급 폭이 더 심화된다고 하고, 교과부에서도 균등분배에 대한 책임론을 강하게 피력하는 마당에 균등분배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것이고, 오히려 선생님들의 불편한 마음만 심화시킬것이라고 예상을 한다.
그래서 교원성과금을 지급 받은 후에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성과금 지급 선정 기준을 정할 때 구성원들간의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거쳐 학교와 학생교육을 위해 애써는 분들이 상위등급을 받도록 하는 작업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알기로 대부분의 학교가 객관화된 근거자료에 점수를 매기는 정량적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나는 객관화된 자료를 바로 정량적 평가에 사용하지 말고 정성적 평가의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객관화된 자료를 가칭 '성과금 지급 기준 선정위원회'에 제출하면 위원회에서는 이 자료와 학교장과 학부모의 의견 등을 참조하여 정성적으로 평가하여 지급 기준을 정하거나 소규모 학교의 경우 전 구성원이 모두 모여 난상토론으로 순위를 정하는 것도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칭 '성과금 지급 기준 선정위원회' 의 구성 원칙과 객관성의 결여, 학교장의 입김 작용, 학부모의 감정적인 평가 등에 대한 우려도 있겠지만 객관성의 틀에 갇혀 서로에 대한 불편함을 감추고 있는 것보다 낮지 않을까?
교사인 우리는 우리나라 부모님들이 교사의 주관적인 평가를 믿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그리고 지나친 객관식 평가가 학생들의 자율성성, 다양성, 창의성에 방해가 된다고 한다. 현재 성과금 지급 기준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학부모가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평가를 바라보는 시각이 똑 같다. 현재의 기준으로 상위 등급의 성과금을 받기 위해서 교사는 기준에 있는 내용만 만족시키면 된다. 특히, 학교간의 평가에서 상위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강조하면서 평가는 획일화된 기준에 의해 실시되고 있는 셈이다.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정성적 평가로 지나친 객관화의 늪에서 빠져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동안의 동료 평가가 서로를 이해하는 방향보다 순서를 정할 목적으로 활용되었다면, 학교장을 포함한 구성원들의 대화와 토론에 의한 정성된 평가는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 제공이 될 것이다. 안된다고 생각말고 다소 더디게 가더라도 학교문화를 서서히 바꾸는 노력을 하면 좋겠다. 최고의 학력을 자랑하는 전문가 그룹인 교사들이 이 정도의 가치관과 소양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교육과학기술부도 교원성과금 제도가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차등 지급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학교의 교육활동은 교사 혼자서 절대 할 수 없다. 상호 의존적이고 보완적이다. S등급을 받는 교사 뒤에는 수 많은 도와주는 교사들이 있다. 수시로 멘토와 멘티가 되는 것이 교사들이다. 뛰어난 교사 뒤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수많은 교사들이 있음을 꼭 알아야 한다. 그리고 성과금 지급기준의 내용을 살펴보면 교육의 주가 아닌 부수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교사의 주 역할은 교육과정에 학생을 잘 지도하는 것이다. 그 외 활동은 부수적인 활동이다. 이 부수적인 활동으로 등급을 매기는 것은 주객이 전도되어도 정말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학생지도 실적이나 교사 개인의 연구활동은 이동이나 승진에 가산점으로 인정받는데 굳이 또 이중으로 성과금에 반영시킬 필요가 없다. 그리고 승진에 필요한 점수를 만족시킨 교사나 승진보다는 학생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교사들은 이 외적인 것들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 학교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수석교사, 교무, 연구를 비롯한 부장교사, 학생 교육에 전념하는 대다수의 평교사들이 S등급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이 부분이 작용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이 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같아야 한다. 그러나 학교마다 학생과 교사를 비롯한 구성원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부모들과 지역사회의 요구가 다르다. 단일화된 상품을 생산하는 회사나 공장은 경쟁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지 몰라도, 학교는 상호 보완하고 협조하여 좋은 상품을 생산해야 하는 팀이지 경쟁상대가 아니다. 같은 팀내에서의 경쟁은 갈등만 초래하고 결국에는 교육의 질적인 저하를 초래할 것이다. 성과금을 지급해야 된다면 차등 지급보다 수당이나 동일 금액을 일률적으로 지급해야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S등급을 받은 나는 기분이 좋지만 불편하다. 성과금 지급에 대한 대안을 지급을 받은 후보다는 지급 전의 성과금 지급 기준 선정에서 지나치게 객관화된 자료에 의한 평가보다 정성적 평가를 가미하여 이왕이면 우리 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이 S등급을 받았으면 좋겠고, 교육과학기술부도 학교를 경쟁의 상대가 아닌 같은 팀이라는 인식으로 교사들의 노력에 대한 댓가로 수당이나 동일 금액 일률지급으로 전환하는 것이 원래의 취지를 살리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아니면 폐지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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