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미루다가 이제 쓴다.
일기를 쓰고 싶지 않은 날이다.
비상 교직원 협의회에 앞서 교장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어제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가 많이 부담스럽고 아쉬웠던 모양이었다.
인간적인 배신감이 큰 모양이었다.
나름대로 변명을 했다.
교장 선생님이 교직원들에게 하시고 싶은 이야기도 재고(再考)를 여러 번 요청했다.
교직원 협의회를 마친 선생님들이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섭섭했다고 여러 명이 전했다.
교장 선생님이 전하고 싶은 본뜻과 그런 말이 나온 경위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를 위한 초안을 작성했다.
오후에는 이 초안을 중심으로 부장님들과 의논했다.
현 상황을 상세히 전달하고 복무를 비롯한 여러 가지를 안내하고 협조를 구했다.
나의 역할도 충실히 하여 이 상황이 빨리 끝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교장 선생님이 표현한 말의 뜻과 실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에는 차이가 있으니 실제 의미대로 받아들여 줄 것을 당부했다.
교감의 역할이 박쥐와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꾸미거나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학교에 일찍 도착하여 교장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국민 신문고 답변을 작성하여 결재를 올렸다.
교장 선생님이 약간 수정한 것을 발송했다.
교육지원청이 더 잘 알고 있다는 꾸밈없이 답변을 했는데 교육지원청에서 행정실을 통하여 내일 학교를 방문하여 상황을 파악하겠다고 했다는 행정실장이 알려왔다.
이제까지 뒷짐을 지고 있다가 본인들에게 책임이 돌아갈 가능성이 있으니 이제야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일기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학부모와 학교가 갈등을 겪고 있는 사이에도 교육지원청은 건설업체와 공사를 진행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노력하고 있었다고 변명할 수 있지만 결과로 판단하면 노력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순간에 어쩔 수 없이 욕이 나왔다.
주변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어제 학교운영위원회 결정에 반대하는 학부모의 민원 전화가 있어서 내일 학교장이 최종 결정을 한 후 후속 대책까지 자세히 안내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보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대책에 따라 어제 학운위에서 결정한 결과와 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가 있다.
여러 선생님들이 이렇게 되면 어제 결정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묻길래 실제 학부모들의 여론과 흔히 학부모 대표라는 분들의 주장에는 괴리가 있음을 직접 느끼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답답해서 한 소리였다. 오른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학생들을 희생시키는 일은 절대로 있으면 안 된다.
교육지원청과 건설사 간에 공사 진행을 위한 행정적인 진행이 되지 않은 상황과 교육지원청의 태도 변화에 따라 학운위의 결정이 재고(再考)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좋겠다.
퇴근 무렵 쩡쩡거리던 학부모의 부드러운 전화가 왔다.
어제의 결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으로 보장되는 공사 진행이 중요한 것이 아니냐고 물어와서 같은 마음이라고 했다.
내일 교육지원청 관계가 학교로 방문한다는 것을 교육지원청을 통해서 들었는데 본인이 참여하여 항의하면 안 되겠냐고 해서 내일은 그런 자리가 아니니 서로 불편하게 하지 말자고 했다.
차후 비슷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교장 선생님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장담은 할 수 없지 만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어떻게 결정되든 이런 상황이 빨리 종료되면 좋겠다.
지친다.
다 지친다.
사족: 내가 쓰는 일기는 나의 입장을 대변하지만 객관적으로 파악한 사실과 눈과 귀로 직접 보고 들은 내용과 감정으로 쓰고 있다. 나의 일기를 욕해도 좋고 옮겨도 좋다. 하지만 악의적으로 자신의 기분대로 편집하여 전달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내가 잘못 알고 있거나 과한 부분을 댓글로 남기면 수긍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울 것이다.
#교감일기
#나쁜교사불온한생각으로성장하다 / 김상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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