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 삼우날이다.
제를 지내기 위해 아내가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어제 사천교육지원청으로 발령이 났고 오늘은 서포초등학교로 발령이 났다.
행복학교다.
내가 원했던 아담하고 정감 있는 학교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동안 하루 최소 150km, 2시간 30분을 달렸는데 3월부터는 60km, 여유로운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삼우제를 지내기 위해 출발하려는데 낯선 전화번호가 울렸다.
휴직 중인 교사가 관내 전보를 신청했는데 서열 1위였는데 발령이 안 났다고 했다.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본인이 담당 장학사에게 알아보고 연락을 준다고 했다.
세상이 새카맣다.
뭐가 문제였지. 내가 서류를 잘못 제출했나. 온갖 생각이 다 떠오른다.
연락이 왔다.
교육지원청의 착오가 아니란다.
제출 서류의 해석상의 문제였는데 학교에서, 정확히 말하며 본인이 해석을 잘못한 결과란다.
담당 장학사에게 전화를 했다.
인사 회의에서 들은 이야기를 했더니 서류를 본인이 확인했는지를 물었다.
당연히 확인시켰다고 했다.
역시 잘못 해석했단다.
인사회의에서 한 이야기는 다른 건이란다. 그럴 리가….
해당 교사에게 장학사에게 들은 내용 그대로를 전했다.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같은 내용의 대화가 반복되었다.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내가 미안하다고 하기도 애매하고 내 잘못이 아니니까 모르겠다고 하기에도 비겁자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내가 미안하다고 하여 문제가 해결되면 잘잘못을 떠나서 그렇게 하겠지만 그럴 사항도 아니니 어찌해야 될지를 모르겠다고 했다.
해당 교사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현재로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었다.
조심스럽게 현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고 했다.
내 푸념도 늘어놓았다.
우리 학교는 모든 경우가 수가 존재하여 늘 긴장하면서 학교 생활을 했고 어떤 문제가 생기면 체면 따지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했는데 2월까지 이런 일이 생기니 나도 무슨 팔자인지를 모르겠다고 했다.
선생님의 사정이 내년 전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하도록 교장 선생님께 건의하겠다고 했다.
전화를 부드럽게 끊었다.
전보를 희망하는 교사에게 인사회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었다.
회의자료도 복사하여 전달하지 못한 내용이 있을 있으니 확인하라고 했었다.
교사가 제출한 전보 자료를 확인하여 제출할 때 본인 확인을 거쳤다.
역할을 다했다고 변명하고 싶은 마음이 절대 아니다.
교사, 교감, 담당 장학사 모두 할 말은 있다.
인사 서류를 챙기면서 느낀 점이 많다.
중요한 회의에서 전달자의 말에만 의존하지 말고 서류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해당 교사에게도 꼼꼼하게 살펴보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특이한 경우는 더 살피고 의심되는 부분은 담당 장학사에게 문의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점이 안 찍혀서, 양식이 작년 것이어서, 같은 내용인데 제출하지 않은 서류가 있어서, 같은 내용인데 표현 방식이 약간 달라서, 같은 내용인 데 몇 글자가 빠졌다고, 표현 방법이 다르다고 수정 제출하라는 공문이나 업무 메일을 많이 받았다.
일을 완벽하게 하려는 나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주변 부장이나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교감이 해야 될 일을 교사에게 시킨다는 비난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개인정보를 비롯한 비밀을 요하는 것들이 있어서 많이 조심되었다.
교사였으면 동료 교사의 도움을 받아서 확인하고 확인을 하고 제출했을 텐데 교감이 되다 보니 제출하기 전에 자기 점검밖에 할 수 없다.
학교의 하루하루가 평탄하지 않으니 차분하게 자기 점검을 할 분위기도 되지 않았다.
통계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면서 교육행정은 그렇지 못하다.
과거보다는 많이 편리해졌지만 제출 방식은 똑같다.
수기로 작성하여, 일부는 neis의 자료를 끌어와서 출력한 후 본인 도장, 교감, 교장 도장을 찍어서 제출한다. 교육지원청이나 교육청에서 확인하여 수정할 사항이 있으면 다시 본인 도장, 교감, 교장 도장을 찍어서 제출한다.
전보 가산점, 승진 가산점 명부는 별도로 작성하여 제출한다.
이 명부와 제출한 인사 서류를 비교하여 확인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또 수정 제출을 해야 한다.
하나만 제출하면 필요한 모든 곳에 연동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제안한다.
인사에 필요한 정보를 neis에 모두 등재하도록 한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등재하지 않는 교사들이 많다.
neis에 등재되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 않도록 한다.
인사 서류 제출 전에 전보 가산점, 승진 가산점 명부를 미리 제출받아 데이터베이스화 해 둔다.
전보 가산점, 승진 가산점 명부도 neis에 등재되어 있으면 끌어와서 작성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인사 서류를 제출할 해당 교사가 해당되는 내용을 클릭하여 작성하여 자료 집계 시스템으로 제출하여 전자적으로 관리하면 점이 찍혔는지 아닌지, 동일 내용의 다른 형식, 글자 수정, 표기 방법 상이 등과 제일 중요한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연말 정산 시스템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해당 자료가 등재되면 연말 정산 서류 작성과 제출은 하루면 충분하다.
나의 제안이 거칠지만 TF팀을 구성하여 해결하려 한다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가 제일 좋은 것이다.
인사 업무 구조가 처음부터 오류를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본인에게 해당되지 않는 자료는 클릭되지 않도록 하면 된다.
전자적으로 온라인으로 관리되니 업무 경감도 많이 될 것이다.
교사 업무 경감도 중요하지만 교감도 업무 경감이 필요하다.
법률상의 문제는 차차하고 관습적으로 해 온 교사 업무를 교감이 하도록 하는 정책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 갈등을 더 키우는 정책이라는 생각이다.
교사가 수업할 때 교감은 또 다른 일로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기존하던 방식을 발달, 성장, 진보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도록 조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프로세스를 바꾸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교원의 업무 처리 방식에 깊숙이 침투할 때 수업도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아이에게 삶과 학습이 분리되지 않듯이 교원에게 수업과 일상의 업무가 분리되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이다.
소모적으로 처리하던 방식부터 하나하나 해결하면 좋겠다.
전화를 주고받는다고 삼우제가 늦어졌다.
아내가 집에 있으라고 하는 것을 만류하고 손아래 동서와 삼우제를 지냈다.
삼우제를 지내고 서포초 교장 선생님에게 전화로 인사를 드렸다.
행복한 학교에 민폐를 끼치지 않아야 되는데 걱정이 된다고 했더니 행복한 가족 같은 분위기라서 걱정하지 말고 어울리자고 하신다.
설 연휴 마치고 바로 특수 기간제 교사 두 명을 채용해야 한다.
특수반이 두 반인데 교사 두 명을 기간제로 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교육행정이다.
내가 할 도리 잘 마무리하여 새로 오시는 교감 선생님에게 최대한 깔끔하게 인계할 것이다.
저녁에 오늘 있었던 이야기로 막걸리 한 잔 했다.
나의 능력이 모자란다는 결론이다.
나는 행정에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다.
3월부터 행복학교에서 행복한 학교 생활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교감일기
#나쁜교사불온한생각으로성장하다 / 김상백 저
#내수업을간섭하지마라 / 김상백 저
#착하게사는지혜 / 김상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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