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친구, 후배와 술자리를 가졌었다.
여럿 친구 중에 경남교총 초등 부회장을 하는 친구도 함께 했다. 이 친구와는 대학에서 만나서 가까워졌다. 가까워진 계기는 같은 지역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학연, 지연, 혈연과 거리를 두는 삶을 지향하지만 그 당시에는 ‘우리가 남이가?’하는 것이 멋있는 의리로 보였다. 더해서 이 친구는 다른 친구가 가지지 못한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을 갖고 있었다. 때로는 이 리더십이 마음에 안 들 때도 있었지만 부러웠다.
그 뒤 발령을 받아 나는 불법 전교조 생활을 했고 이 친구는 합법 전교조를 조금 하다가 교총과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철학과 신념은 다르지만 친구라는 것을 잊은 적은 없었다. 나의 의견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도움을 청했다. 나도 이 친구에게 꾸밈없는 도움을 청했다.
많은 이들은 나와 이 친구가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친한 친구관계를 유지하는지 의문을 갖는다. 간단하다. 나는 전교조를 마음을 품고 있지만 교총의 정책에 대해서 이 친구가 의견을 물어오면 솔직하게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전교조가 하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부분까지 교총이 해주면 좋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어떨 때에는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주문하기도 한다. 물론 결정은 이 친구가 한다.
현재 나는 교감이지만 교총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무임승차하는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내 마음이 쉽게 교총에 가지 못한다. 교총이 보여주는 정책이 썩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다. 교총에 들어가서 개혁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말하지만 그런 용기와 리더십이 없다. 내가 고작 할 수 있는 능력은 세상을 넓게 보고 얻은 지혜로 내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것뿐이다.
페이스북을 오랫동안 했다. 5,000명 가까운 친구가 있지만 내 글에 대한 반응은 두 자릿수다. 간혹 길에서 만나는 이들이 페이스북 잘 보고 있다고 한다. 이중적인 의미로 다가올 때가 많다. 이 이중성 때문에 숨기거나 변명을 했지만 이제는 글과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건방지다, 기분 나쁘다, 세상 물정 모른다’로 대치하는 이도 있지만 ‘대신 말해줘서 고맙다, 시원하다’로 맞장구치는 이들도 있다. 모두 받아들인다. 성장하기 위한 숙제로 마음속에 재워놓는다.
요즘 페이스북 글을 보면서 내가 변절의 조짐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의 생각으로 교감과 교장을 욕하고 심지어 얼토당토 아니한 감정으로 폄훼하는 글에 수백 개의 반응과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수준이 이 정도인가라는 의구심을 갖는다.
모든 학교의 문제를 교사와 관리자의 갈등 구조에서만 원인을 찾고 교감과 교장이 모든 행정업무와 수업을 하면 학교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을 심는다. 교감과 교장이 지금보다 더 교사를 도와야 된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책임관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법령을 거론하며 실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좀 그렇다.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법에 되어 있다. 그 실무를 대통령이 하는가? 교육감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법에 되어 있다. 그 실무를 교육감이 하는가?
교감이 되기 전과 후에 학교를 바라보는 어떤 부분은 달라졌다. 교사 시절에 내가 알지 못한 부분들이 정말 많다. 요즘은 내가 쓴 글과 뱉은 말에 책임을 지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지난날의 내 잘못을 인정해야 될 부분이 있다. 성찰하고 있다.
교감과 교장을 폄훼하여 우리 교육이 나아진다면 얼마든지 폄훼되겠다. 학교를 대표하는 교원은 교장이다. 예전부터 학교장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장의 위상을 권력의 집중화로 해석하지 않기를 바란다. 위상을 높이는 여러 예를 들 수 있지만 거론되는 유관기관을 폄훼한다고 오해할 수 있어서 생략하겠다.
교장의 위상이 올라가야 교사의 위상도 올라간다. 교장의 권위가 있어야 교사의 권위도 지금보다 나아진다. 당연히 비판받아야 할 교장과 교감도 있고 교사도 있다. 하지만 비판받아야 할 교장과 교감보다 나름대로 정의롭게 살아가는 분들이 내 주변에는 많다. 그런 분들에게 더 잘해보자고 주장하는 것과 그 자리의 모든 이들이 그렇기 때문에 그 자리는 내 주장대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그런 주장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주장을 마녀사냥으로 몰아가는 것 또한 경계한다. 그렇지만 근거는 객관적이어야 한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조를 제대로 꿰뜷어야 한다.
발령 교장이든, 내부형 공모에 의한 교장이든, 차후에 교장 선출보직제에 의한 교장이든 학교를 대표하는 교원이다. 폄훼보다 위상을 높이는 접근이 필요하다. 교권을 회복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다짐한다. 학교를 위하여 내 능력을 보탤 것이다.
나의 일관성이다.
철학과 신념이 달라도 전략적으로 협력할 것이다. 조그마한 나의 능력이 필요하다면 주저하며 참여할 것이다.
나의 변절이다.
#교감일기
#나쁜교사불온한생각으로성장하다 / 김상백 저
#내수업을간섭하지마라 / 김상백 저
#착하게사는지혜 / 김상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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