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비난받는 것을 욕 듣는다라고 흔히 표현한다.
지금 하려고 하는 말들은 하고 싶었지만 욕 듣는 것이 귀찮아서 하지 못했다.
요 근래의 상황이 더 이상 귀찮다고 미룰 수 없을 만큼 짜증스럽다.
얼마 전에 공무원노조와 교섭한 결과가 공문으로 왔었다.
내용이 몹시 언짢았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감과 교사가 하고 있는 것들인데 대부분을 행정실에서 처리하고 있으니 바로잡겠다는 것이었다.
교섭 전에 현장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의심이 되었다.
역시 얼마 전에 전교조의 교섭 결과를 공문으로 알려왔다.
명백하게 교감이 해야 될 업무 하나와 교사가 하지 말아야 될 내용이었다.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감이 해야 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 학교는 아니지만 어떤 학교에서는 교감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판하고 싶은 것은 교사가 하지 말아야 될 업무라 제시하고 필요한 경우 교사의 협조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숨은 뜻을 살펴보면 교사가 하지 말아야 하는 업무인데 행정실에서 하면 좋고 그것도 안 되면 교감이 하되 교사의 협조를 받아라 일 것이다.
더 숨은 뜻을 살피면 행정실에서 해야 될 일이라고 표시하고 싶은데 공무원노조와의 마찰이 우려되어 애매하게 표현했다고 추측한다.
학교 교육을 방해하는 행정실장에게 학교장이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하려고 했더니 공무원 노조에서 압력(?)을 가하더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수구 신문이 내부형 공모제의 문제가 전교조 출신을 많이 배출한다고 문제를 삼았지만 그것보다 권력 창출에 일조한 이들에게 권력으로 권력을 나누어 주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공무원 노조와 전교조를 힐난이나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고 비판한다.
노조가 노조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노조원의 권익보호도 공동선과 공공선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다.
나는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하는 일만 다른 사람들이 학교 구성원이라고 규정한다.
그래서 교섭을 하더라도 학교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것보다 공동선과 공공선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합원의 행위가 공동선과 공공선에 어긋나는 경우 도려내어서 조직을 건전성을 유지하는 책무도 있어야 한다.
같은 식구라는 개념으로 무조건 감싸는 것은 적폐다.
두 노조가 서로의 노조원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부딪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 부딪히는 부분을 피하기 위해 얼렁뚱땅 넘어갈 요량으로 접근하면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한다.
두 노조가 교섭을 하기 전에 서로 토론하여 명확한 정리를 한 후에 교섭하면 좋겠다.
도교육청의 경우도 학교 업무분장은 학교마다 다를 수가 있는데 이것을 교섭의 결과로 알린다는 것은 거부감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학교장에게도 아쉬움이 있다.
과거에는 돈 욕심으로 행정실장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있었다.
옆에서 많이 지켜봤고 일조를 한 부분도 있다.
지금은 정말 간 큰 사람 아니면 그럴 수 없는 구조다.
행정실 직원이든 교원이든 법령에 어긋나는 행위 하면 언제든지 당당하게 법령으로 제재할 수 있다.
비교육적 행위에 대해서는 높은 도덕성과 전문성을 무기로 지금보다 더 강력하고 당당한 학교장이 많아지면 좋겠다.
교육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이 권력을 쥐고 나면 권력으로 권력을 나누는 현상이 생긴다.
평소 그분들이 주장하는 적폐를 같은 방식으로 답습하는 형태이다.
반감을 많이 산다.
그동안 쌓은 신뢰 하루아침에 허문다.
전교조를 사랑하고 전교조의 영원을 바라는 교원으로서 수구 신문이 아닌 동료들에게서 전교조의 신뢰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정말 불편하다.
교사가 교장 할 수 있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권력의 배분 방법이 아닌 ‘저 선생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라는 소리를 듣는 분들이 교장이 되면 좋겠다.
우리 주위에 그런 분들이 있지 않은가?
흠집을 낼 생각은 없다.
이 정도의 흠집으로 곪는 조직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다만 같이 사는 가치로운 학교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는 우리 학교 구성원들을 적(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교감일기
#나쁜교사불온한생각으로성장하다 / 김상백 저
#내수업을간섭하지마라 / 김상백 저
#착하게사는지혜 / 김상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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