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19년 12월 12일

멋지다! 김샘! 2019. 12. 12. 16:09

어제 직원 체육연수 마치고 끼리끼리 거나하게 술을 걸친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출근을 늦게 하거나 수업을 등한 시 하는 분은 아무도 없다. 학교 앞에 어묵과 붕어빵을 파는 가게가 있는데 몇 번 얻어먹었다. 오늘은 겸사겸사 신세를 갚았다. 시골 학교의 낭만이다.
교장 선생님과 교무행정원 두 분이 출장이라 좀 허전하고 심심했다.
점심시간에 어떤 선생님과 의미 있는 대화를 했다.
승진을 죄악 시 하는 교사들은 과연 승진하지 않은 고경력의 교사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존경을 하는가? 아니 존중은 하는가? 존중한다면 어떤 형태인가? 마음만인가? 나이가 들면 당연히 근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육체적인 일과 많은 일을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지식, 경험에서 얻은 지혜는 공유할 수 있다. 이런 자연적인 형태를 상호 부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똑같이 해야 된다며, 똑같이 하지 않으면 존경받을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법령과 민주적인 학교 문화는 상충한다. 예를 들면 학교 인사는 법령이 정한 학교장의 권한이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사전 협의 없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결정했으니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법령 위반이다. 이 말을 하는 이유가 우리 학교의 민주적인 문화를 파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바로 알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부터 형성되어야 민주적인 학교 문화가 바르게 정착될 수 있으며 다른 학교에 가더라도 실수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과 능력은 별개다. 하고 싶은 영역의 실력부터 쌓아야 된다와 같은 대화였다. 
이런 이야기를 회피하던 교사였는데 이제는 평소 얼굴의 변함없이 편안한 자세로 마주 앉아 이야기하게 되었다. 승진하려고 준비하는 교사인데 승진을 악으로 간주하는 부류에 의기소침할 필요 없이 비굴하지 않은 정의로운 방법으로, 무엇보다 승진이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저해하지 않거나 악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오히려 승진하려는 마음가짐과 방법이 교사의 나태를 자극하여 선한 작용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라고 했다.
승진하지 않는 교사 중에 이런저런 사람이 있듯이 승진하려는 교사, 승진한 교원 중에도 이런저런 사람이 있다. 승진 하나만으로 교원 됨됨이를 판단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 학교는 승진 포기를 선언한 교사도 승진하겠다고 표현하는 교사도 완벽한 교사는 아니다. 하지만 정말 학생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교사들이다.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교감이 되고 나서 잘 안되었던 도장 제대로 찍기를 터득했다. 부드러운 수첩-경남교육 아이 좋아 수첩-을 아래에 대고 상하좌우로 살짝살짝 눌렀더니 정말 선명하게 잘 찍혔다. 태어나서 처음 해본 완벽한 도장 찍기였다.

우스운 일도 있었다.
어떤 지역 로컬푸드에서 프로모션을 한다면서 공문과 사과즙을 보냈다. 사과즙을 확인하니 유통기한이 지났다. 이미 먹은 사람이 많다. 퇴근할 때까지는 배가 아픈 이가 없었다.

#교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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