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0년 4월 8일

멋지다! 김샘! 2020. 4. 8. 21:23

일기를 망설이다가 쓴다.

우선 학교 급식소를 이용하여 교직원과 긴급 돌봄 학생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다.
국민 청원을 한 것을 현재 시국에서 탐탐치 않게 봤다.
그런 청원때문이었는지 다른 경로로 압력이 가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공문이 왔다.
서울 공문을 확인했었는데 오늘 경남 공문도 그 내용 그대로였다.
원칙적으로 학생이 아닌 대상을 상대로 급식소를 운영하는 것은 위법이지만 현시국이 여느 때와 다르니 위생 및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을 전제로 전체 교직원이 합의하여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생 점검 및 안전을 철저히 했는데 부득이하게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도 현 시국을 감안하여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다.
긴급 돌봄 학생들을 반드시 참여시키고, 예산은 더치페이이며 학교 회계를 따르지 말고 전교직원의 참여와 중간 변동이 가능한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학생들을 상대로 한 점심 지원이 아니니 영양사, 조리사, 조리 실무사 등의 관계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마라고 했다.
당연하다.

교감이지만 나서서 말하지 않았다.
행정실장이 나를 포함한 교장 선생님, 교무 부장 선생님과 협의를 요청했다.
급식 관계자분들이 협의를 하자고 했단다.
참 고마웠다.
점심을 각자 해결하고 전교직원이 협의를 했다.
교무 부장선생님이 취지를 설명했다.
내가 보충 설명을 했다.
법적으로 급식관계자들분께 강요하면 안 된다.
전교직원이 참여해야 한다.
급식 수준은 개인 취향을 존중할 수 없으니 급식을 하게 되면 불만을 절대 토로하지 마라.
급식관계자분들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니 존중해야 된다.
긴급 돌봄 학생들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협의 결과는 우리 학교만의 긍정적인 사고로 다음 주 월요일부터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다.
운영하다가 생기는 문제는 함께 해결하고, 반드시 코로나19 대응 수칙을 준수하기로 했다.
서로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농담을 주고받는 화기애한 분위기로 협의회를 마쳤다.

학교마다 사정이 다를 것이다.
공문에 적시된 대로 약속되지 않으면 운영할 수 없다.
그런데 온갖 변명과 엄포로 해야 된다, 할 필요가 없다며 갈등을 유발하는 학교의 소식도 들린다.
못하겠다는 한 마디면 깔끔하게 종료된다.
이런저런 핑계와 강요로 더 이상 갈등 유발하지 말자.
자칫 이런 갈등이 학교의 삶을 삭막하게 만들고 사적인 영역까지 침범하여 비난의 소문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그러지 말고 공과 사를 구분하자.

교직원을 상대로 하는 점심 급식을 하지 말라는 교육공무직노조의 소식도 들렸다.
학교는 여러 직업이 얽히고설킨 공동체다.
서로 돕지 않으면 결국 고립되어 소멸하거나 생명만을 겨우 유지할 것이다.
노조 본부와는 다르게 학교에 있는 조합원은 여러 가지로 눈치가 보인다.
그 눈치가 학교마다 다르다.
다행히 그 눈치가 노조 본부의 뜻과 일치하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본부의 뜻을 따르자니 마음이 몹시 불편하고 학교의 눈치를 따르자니 본부의 눈치가 보인다.
이런 경우가 반복되면 노조원은 탈퇴의 핑계를 찾는다.
왜소한 조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교직원들이 교육공무직원의 열악한 처우 개선과 임금 인상에 비교적 긍정적이었다.
사회는 교육공무직원들의 파업에 큰 관심이 없었고 파업 내용도 잘 몰랐다.
교육청은 서둘러 교육공무직원의 요구를 수용했다.
그런데 이제는 임계점에 다다랐다.
아울러 임계점에 의한 갈등으로 관심이 없든 사회가 교육공무직의 처우와 임금을 다른 직종과 비교하는 검증을 할 것이다.
교육공무직에게 결코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을 것이다.
교직원들과 함께하지 않으면 쇠락의 길은 자명하다.
학교 공동체는 삐걱거리더라도 무조건 함께해야 상생한다.
절대 고립되면 안 된다.
관리자나 교사 역시 마찬가지다.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 학부모들은 온라인 강의로 교사의 수업 수준을 판단할 것이다.
인터넷 강사만큼 할 수 없는데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그 수준으로 기대하여 비교할 것이다.
온갖 교사 폄훼가 난무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저런 생각 말고 한국교육방송(EBS)콘텐츠나 검증된 콘텐츠를 주로 활용하고 쌍방향 화상수업이나 과제 제시는 보충 매체로 활용하면 좋겠다.
우리는 교실 수업에 특화된 사람이다.
절대 온라인에 특화된 강사를 따라갈 수 없다.
유튜버나 SNS, 영상 콘텐츠 제작에 능력이 탁월한 교사 아니면 섣부르게 도전하여 상처 받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이럴 때일수록 조력자의 역할에 충실하면 좋겠다.
대학교수의 온라인 강의가 마음에 안 드니 학비를 일부 반환하라는 어제 뉴스가 있었다.
우리라고 이런 뉴스의 대상이 안 되라는 보장이 없다.

위장전입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를 밝고 있다.
교육지원청 장학사들은 법령과 학교의 상황을 확실히 모르면서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 편을 들지 마라.
만약 그렇게 했다면 본인 잘못을 시인하는 변명도 그 학부모에게 직접 해라.
어디서 자기가 저질러놓고 비겁하게 학교에 책임을 전가시키는가?
내가 근무하는 지원청 아니니 오해하지 말고.
담임 선생님에게만 절차를 강요한 것 같아 내일 학교 가서 담임 선생님이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을 맡아야 되겠다.
지금 생각은 그렇다.
내일 또 다른 급한 일이 생기면 지금 생각 버려야 한다.
아니 기억할 수 없을 것이다.

정말 모두 다 고생이다.
공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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