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교생이 일제 등교하는 날이라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
2. 어제 일제 등교에 대비한 예행연습을 했지만 걱정이 되었다. 통학버스 3대, 도보 등교, 자전거 등교가 있어서 이에 맞는 발열체크, 손 소독,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을 점검과 안내를 잘해주셨다. 등교가 끝난 후 미흡한 부분은 보완했다. 학교의 사정은 같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구체적으로 기록하진 않지만 보건교사를 비롯한 전교직원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학생들은 비교적 잘 따르지만 쉬는 시간 거리두기는 잘 안 된다.
3. 등교 수업 이후 코로나19 방역활동 및 학생생활지도 인력지원 계획 및 희망학교 추가 신청 안내 공문이 5월 22일에 접수되었다. 당구장 표시로 전 유치원(병설 포함) 및 희망학교 모두 지원함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소규모 학교(60명 이하) 및 추가 신청을 희망하는 학교에서는 기한 내에 신청해 달라고 했고, 그 기한은 26일 어제 까지였다. 등교 수업 이후 코로나19 방역활동 및 학생생활지도 인력 지원 신청 현황(공립유치원)-2020.3.12. 기준- 첨부물의 우리 학교 병설유치원 인력지원 수에 1로 표기되어 있었다.
4. 우리 학교는 상시 방역 인력을 채용했고, 유치원 원아가 3명, 자원봉사자 채용되어 있고, 오후에는 돌봄에 원아들이 참여한다. 이런 학교 상황을 감안하여 인력 신청을 하지 않았다. 공문의 내용도 유치원이든 초등학교든 희망하면 모두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아무리 읽어 보아도 유치원은 의무적으로 신청하라는 문구가 없고 첨부물의 제목이 애매하기 한데, 2020년 3월 12일 기준임을 감안하면 인력 지원수라는 의미는 희망하면 표시된 숫자만큼 지원한다로 해석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 않으면 병설유치원은 의무적으로 신청해라는 문구가 있어야 하고, 지원 신청 현황이라는 첨부문서의 제목이 성립하려면 미리 신청을 받았어야 되었다. 그런데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니면 학교와 상의 없이 교육지원청이나 도교육청에서 일방적으로 기입한 숫자다.
5. 어제부터 유치원 교사, 지원청 장학사와 옥신각신 했다. 더군다나 유치원 장학사가 유치원 교사에게 하는 말과 내게 하는 말이 달랐다. 오늘 아침에 유치원 교사가 교무실에 전화하여 어제 퇴근 무렵에 장학사가 문자로 인력을 의무적으로 신청하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장학사 본인이 보낸 문자 내용도 의무적이 아닌 필요하면 신청하라는 것이었다. 교장 선생님과 공문을 다시 확인했는데 의무 신청으로 해석할 조항은 없었다. 그러던 중 장학사의 전화가 왔다. 대판 싸웠다. 우리 학교는 채용할 수 없으니 도교육청에서 전화 오면 우리 학교로 바로 전화하라고 했다. 도교육청에서 의무적으로 신청해라고 했다길래 공문 기안자에게 전화했는지 물어보니 그렇지 않고 유치원 담당 장학사에게 문의했단다. 공문 기안자에게 문의해야지 왜 엉뚱한 사람에게 문의했는지 기가 찼지만 너무 화가 나서 도교육청에서 의무적으로 신청하지 않아서 전화 오면 우리 학교로 바로 전화하라고 거듭 말했다. 교육지원청으로 달려가 어떻게 하고 싶었지만 참고, 교장 선생님에게는 목소리를 크게 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6. 지원청 장학사와 전화하는 중에 등교 개학 점검을 위해 지원청 장학사가 학교를 방문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유치원 교사에게만 메일로 알려주고 원감에게 알려주지 않은 이유와 점검을 위한 학교 방문은 공식적인 행정절차인데 왜 공문을 보내지 않고 담당교사에게만 업무 메일을 보냈는지 따졌다. 미안하다 하면서 초등교육과의 계획에 의해 한다고 해서 초등교육과에서 점검 공문과 메일이 온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초유의 사태로 학교는 비상 상황인데 별도의 점검을 위해 학교를 방문한다는 것이 정상적인 사고에 의한 지원인가? 그리고 등교 현황을 공문으로 일일보고를 받지 않는가? 사실 수시로 바뀌는 일일보고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그것까지는 이해한다.
7. 교육부, 도교육청, 교육지원청의 코로나19 대응과 점검에 대해서 엄청난 불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불만을 토로한들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우리 학교의 상황으로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다. 모든 학교가 다 그러할 것이다.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고 하여 당신들의 대책에 박수를 보낸다고 착각하지 마라.
8. 덕분에 챌린지를 하든, 독서 챌린지를 하든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학생 등교로 정신없는 학교를 상대로 전교직원 덕분에 챌린지 사진을 게시하는 챌린지를 제안한 사람이 누군지 정말 궁금하다. 이런 강제 챌린지는 실제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희석시키는 부끄러운 짓이다. 같은 직종이라는 자체가 부끄럽다. 그냥 가만히 있어라 제발.
9. 교사 시절에 흔히 남들보다 좀 일찍 출세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러나 학교 생활을 하면 할수록 그런 출세로 학교를 바꾸지 못하고, 그런 출세로 남에게 상처 주는 일이 더 생기고, 그런 출세에 의한 갈등을 감내해 가며 그런 자리에 올라가는 행위에 어떤 의미도 찾지 못했다.
대신 학교를 묵묵히 지키면서 나름대로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나의 실천으로 내 주변부터 조금씩 바뀌면 그게 학교문화가 된다는 소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비판적 사고 없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무조건 하는 그런 모습 교사들에게 보여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다짐을 시험하고 흔드는 이가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어제오늘의 일도 화는 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라서 평온하다. 나와 같은 교원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안다.
당위성이 없는 자기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학교를 함부로 흔들지 마라. 그리고 제발 공부 좀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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