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24

2024년 8월 19일

어디다가 넋두리할 데가 없어서 일기 쓰며 잔뜩 들뜬 기분 삭인다.  오늘은 아내의 개학날이다. 어제부터 아내는 2학기 교실을 상상하며 한숨을 푹푹 쉬었는데, 아내의 교실 사정을 자세히 알고 있는 나는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저녁을 먹고 성가신 티눈의 통증을 완화하려고 발가락양말을 사러 할인마트에 가자고 했더니, 아내도 가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어디서 살려고 하는지 물으니, 동네 가방 가게에 가자고 했다. 꼭 동네 가방 가게가 아니어도 되니 갖고 싶은 가방 하나 사주겠다고 했더니 그럴 필요가 없단다. 할인마트 가는 길에 가방 가게에 들렀더니, 사장이 저녁 먹으러 나가고 없어서, 할인마트에서 발가락양말 사고 산책하고 있는 데, 가방 가게 사장이 아내에게 가게에 올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를 해서 아내가 그러..

2024년 8월 14일

여름방학을 소박하게 보내려고 했는데,  세상은 내 뜻대로 다가오지 않았다.  난데없는 의원면직 처리와 이에 따른 기간제교사 채용,  예상한 휴직자의 대체 기간제교사 채용,  제발!  경력이 요란하여 호봉획정이 어렵더라도,  이상한 사람을 뽑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만 놓이지 않기를,  빌고 빌었다. 다행히,  잘 뽑았다.  원만하게 담임과 업무 조정을 하고,  원만하게 당사자들끼리 인계인수를 하도록 했다.  복직교사 복직 제청하고,  부득이하게 복직교사에게 부장교사 맡겼다.  이럴 수밖에 없는 학교의 사정을 흔쾌히 이해해 줬다.   오늘!  늘봄학교 교육부 점검이 있었다.  함께 참여한 도교육청, 교육지원청, 우리 교장선생님과 늘봄학교 담당자까지 왜 하필,   우리 학교가 점검 대상에 걸렸냐며 의아스러워했는..

2024년 7월 25일

정말 긴 1학기를 보내고 드디어 여름방학을 했다. 짧은 여름방학에 그나마 평온할 듯한데, 9월 1일 자 인사발령을 보고 기간제교사를 채용해야 될 듯하다. 어떤 이가 교감과 교장은 방학 동안에 근무해서 안 좋겠다고 하길래, 선생님들이 방학 동안 학생들을 보지 않아서 좋듯이 나는 선생님들을 보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여름방학에 초등교장 자격연수 후기를 알차게 쓰며 아내와 두 아들과 뮤지컬 관람하는 것 말고는 다른 계획이 없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마음 바뀌는 대로 소일할 것이다.

2022년 8월 9일

좀 궁금했다. 교육자 출신 문학인이 있다. 그런데 그들은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지 않았다. 교육자 출신 정치인이 있다. 그들 역시 교육 현장의 모순을 해결하기보다는 야망을 이루려 현장과 갈등했다. 왜 학교 현장 출신이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대변하지 않을까? 그냥 그렇게 하고 있다. 뛰어난 교사는 아니었지만, 교사의 삶과 지식으로 현장인 학교를 알리며 나름대로 개선하자는 의지를 몇 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그 책들의 근간에는 심리학, 사회과학, 뇌, 자기 계발, 리더십 등의 이론과 내용이 흐르고 있었지만, 설명문과 논설문이 아닌 수필에 가까웠다. 교감을 잘하려고 교감(校監) 일기를 썼다. 지금도 쓰고 있다. 이왕이면 일기로 갑론을박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면 학교가 좀 더 나아지기를 바랐다. 일기를 쓰는..

2022년 8월 1일

여름방학 중에는 일기를 좀 멀리하겠다는 다짐했는데, 며칠도 못 가서 무너지고 말았다. 이런 일기를 쓴다는 게 교육자로서 부끄럽고, 그동안 내가 가졌던 교육부의 위상이 무너져 허탈하다. 만 5세 어린이의 초등학교 입학이 교육의 본질인 인간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여러 연구를 한 결과라도 그것을 시행해야 하는 학교 현장과 그것을 지원하는 교육청과의 사전 협의,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청회 등의 설득 노력이 없었다면 민주 정부의 교육부가 아니다. 하물며 만 5세 어린이의 초등학교 입학 시행 이유가 의무교육 조기 편입에 따른 학부모의 교육비 경감과 1년 조기 사회 진입이라고, 그마저 교육청과의 사전 협의와 국민 공감대 형성 절차가 없었다면 교육부가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스스로 부정했거니와 민주 정부의 교육부가..

2022년 7월 27일

1. 교직원이 교감이나 교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런저런 모임을 스스럼없이 하면 좋겠다. 교감이나 교장이 학교 안팎 교직원의 모임에 대해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으면 좋겠다. 교감과 교장 또한 전체와 일부 교직원들과의 모임을 스스럼없이 주관하고 참석하면 좋겠다. 본인이 없는 모임을 상상하면 억울해서 서운한가? 그건 모임을 상상하며 편집하는 본인이 문제다. 욕먹을 수 없는 절대 존재라는 마음부터 치유하라. 상상하며 편집한 마음속의 모임과 실제 모임은 다르다. 설령 같아서 본인을 욕하는 모임이라 하더라도, 언제까지 그런 모임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걱정인가? 평소 행실이 바르면, 뭐가 두려워서 그렇게나 걱정인가? 서운한가? 꾸준히 베풀면, 미안해서라도 챙기지 않을까? 교직원이 스스럼없이 모여서 자유롭..

2022년 6월 13일

지난주 일기에서 스스럼없이 말하고 듣는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오래전부터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런 내색을 했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았고 관심을 가졌던 사람도 막상 모임을 시작하려면 발을 뺐다. 지난주에 겨우 시작의 실마리를 찾고선 모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어찌 되든 시작하려 한다. 만들려는 모임은 이렇다. 1. 도 교육청 정책의 비난, 비판, 평가가 목적이 아니다. 2. 지금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스스럼없이 말하고 듣는다. 3. 가르치고 배우는 모임이 아닌 각자가 가진 지혜와 지식으로 학교와 교육에 대한 견해를 스스럼없이 소통하여 교원으로서의 균형감 있는 성장을 도모한다. 4. 모임을 통해 이룬 성장은 각자가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모임의 이름으로 발표하지 않는다. 5. 온..

2021년 8월 26일

내일이 2021학년도 2학기 개학일이다. 교장 선생님과 나는 하루 전날인 오늘 전 교직원 출근하여 개학 준비를 하라는 말을 아예 하지 않았다. 오늘 오든지 안 오든지 개학일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실행하면 되는 것이지, 이 정도의 준비를 위해 관리자가 미리 걱정하여 교직원의 출근을 통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오늘 전 교직원이 출근하여 내일 개학 준비를 다 하는 것이었다. 교무부장에게 출근하라는 이야기를 나 몰래 했는지 물었더니, 그렇지 않고 개학 준비를 위해 당연히 출근하는 게 맞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래 맞다. 미리 걱정하여 강제하지 않아도 교사는 해야 할 일은 당연히 한다. 학교 전체가 놀자는 분위기 아니면 책무성이 부족한 소수의 교사로 전체의 자유를 강제하는 건 우리 수준에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