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6

2025년 5월 16일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데, 나을 듯 나을 듯하며 잘 낫지를 않는다. 남을 돕는 말은 잘도 했는데, 막상 그 일이 내 일이 되니 내가 돕던 그 말들이 나에겐 좀처럼 돌아오질 않아서 갈팡질팡했다. 갈팡질팡하는 가족들의 변덕으로 짜증은 더해 갔고. 어제부터 병원에서 근무하는 친구에게 사정을 털어놓았더니 차분히 다독이며 내가 남에게 했던 말을 돌려주었다. 흔들렸던 마음 다잡았다. 누군가는 결정해야 할 일인데, 마음속에 있는 말을 했다가는 매정한 인간 될 것 같아서 누군가가 그런 결정을 해주면 마지못해 수긍하는 척하며 마음의 짐을 덜려는 불편한 상황을 내가 끝내야겠다. 친구와 소주 한잔하기로 했는데 마침 비도 온다. 고춧가루 같은 안주 먹고 감기도 무거운 마음도 가라앉기를 바란다.

2024년 4월 3일

어제저녁 꽤 늦은 시간에 저장되어 있지 않은 휴대폰번호로 전화가 왔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교장자격연수 대상자 축하전화가 아닐까라는 마음으로 받았다. 대뜸 "내다! 우리 1반의 희망! 축하한다!"라고 했다. '익숙한 목소리이긴 한데· · · · · ·', "죄송하지만 누구신지?" "너 내 번호 저장 안 해났구나! 내다 희동(가명)이" 희동이는 고등학교 3학년 1반 동기이다. 주로 장례식장에서 만나 반갑게 안부 나누는 사이인데, 전화번호는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 희동아!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네, 이 밤에 어쩐 일로?" "낮에 필성(가명, 나와 아주 친한 친구로 서울에 산다.)이와 통화하다가 교장 된다는 소릴 들어서 축하하려고." "연수받고 좀 기다려야 교장 발령 난다. 아직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