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전문직종이 몰려 있는 부자동네에 개교한 학교에서 근무했다. 학교 예산으로 현관 앞에 대형 화분 두 개를 꽃집에서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어느 날 대형 화분 속에 심겨 있던 고급 화초를 밤새 누군가 뽑아갔다.
한때 고급 주택으로 둘러 쌓였던 전통 있는 학교에 근무했다.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각 교실에 있던 화분을 중앙 현관에 모아서 주무관이 관리하고 있었다. 어느 날 고급스러운 화분만을 밤새 누군가 가져갔다.
시골 작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작년 6학년이 학교 공간 재구조화 프로젝트로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로 담벼락 모퉁이가 더럽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 폐타이어를 활용하여 예쁜 꽃을 심었다. 지난 주말 동안 예쁜 팬지꽃만을 골라서 파갔다.
교사에게 줄어드는 업무만큼 어디에 집중하겠느냐고 설문하면 수업 집중, 전문성 신장, 생활지도, 상담활동 외에 어떤 대답을 할까? 설마 취미 생활하겠다는 교사 응답을 기대하지는 않았겠지.
세 학교에서 꽃과 화분을 훔친 도둑에 대한 분노는 나의 도덕성이 위안했지만 의도적인 나쁜 설문에 대한 분노는 어디에 사용될지를 예상하며 위안을 포기했다.
행복학교와 행복나눔학교를 대상으로 2019학년도와 2020학년도의 학교 전체 공문처리 건수-접수, 생산-와 교감 및 교무행정원이 처리한 공문 건수를 제출하란다. 교감과 한 명 또는 두 명 더 배치된 교무행정원이 교사를 얼마만큼 돕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선한 의도다. 하지만 교감의 업무가 공문 접수와 생산만이더냐? 교무행정원이 공문 접수와 생산만 하면 되는가? 학교는 문서로 나타나지 않은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서 해결되고 있다.
단순하게 한 문제가 모든 원인이고 그 문제만 해결하면 학교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논리의 오류다. 이런 식으로 도교육청이 계속 간섭하면 행복학교 추진 안 한다. 학교 자체 역량이 부족하여 도교육청의 강제 행정으로 유지되는 행복학교가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 역량으로 행복학교가 다양하게 꽃피도록 할 것이다. 그냥 내버려 둬라.
천천히 제출해도 될 자료집계를 빨리 보내려다 괜히 시간만 바쁘게 허비했다. 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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