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들이 오늘 논산훈련소에 입소했다.
운전이 취미였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운전이 싫어졌다.
운전 자체가 싫어진 것이 아니라 원래 고소공포증이 있었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강화되면서 높은 도로를 뇌가 인지하는 순간에 긴장으로 뒷머리가 당기고 손바닥에서 식은땀이 난다. 신체의 문제가 아닌 뇌가 보내는 가짜 증상임을 알기에 의연하게 넘길 수는 있지만 그 기분이 참 싫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 기분이 예상되는 도로의 운전은 회피한다.
첫째 아들을 데려주고 오면서 둘째 아들도 이 길을 데려다줘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오늘이 그날이었다.
코로나 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아내가 아침부터 정성스럽게 김밥을 말았고 어제 특별하게 캔 쑥으로 국을 끓였는데, 태어나서 처음 겪는 황사가 논산 탑정호 수변생태공원의 점심 낭만을 앗아갔다.
서울에서 논산역에 도착한 첫째 아들을 태워서 논산훈련소 주차장으로 바로 갔다. 황사가 하도 심해서 불편하지만 차 안에서 점심을 함께 하려 했는데, 참 불편해서 제비꽃이 군데군데 피어있는 부대 앞 작은 공원에서 급히 점심을 먹었다.
첫째 아들을 보내 줄 때는 덤덤했는데 둘째 아들은 달랐다. 오히려 아내가 첫째 때에는 눈물을 흘리더니 오늘은 덤덤한 것 같았다. 코로나 19로 입소식을 하지 않는 관계로 경계선에서 그냥 헤어지는데 첫째와 다르게 둘째가 자꾸 뒤를 보는데...
집에 바로 들어가기 싫어서 함양휴게소에서 아내에게 '진양호 벚꽃 드라이브시켜줄까?' 했더니 그러자고 해서 택시 기사 하는 친구가 알려준 아내가 모르는 최고의 벚꽃길을 둘러보는데, 흰빛을 가득 머금은 연분홍의 벚꽃과 파란 하늘의 경계를 허물은 황사가 대기를 조밀하게 가득 채운 것도 모자라서 벚꽃 사이사이를 빼곡히 채웠다. 그래도 요 몇 년간 가장 예쁘게 흐드러진 벚꽃이었다.
업무포털을 하루 안 쳐다봤는데 확인해야 될 공문이 수두룩했다.
교원은 자녀 훈련소 입소할 때 특별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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