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생일이었다.
두 아들이 공부한다고 떠난 뒤에는 집안 기념일이 더 쓸쓸하다.
아내는 이런 쓸쓸함을 메우기 위해 둘째 아들이 군대에 있음에도 가족 단체 카톡으로 생일 축하를 알렸다.
큰아들은 축하 이모티콘, 작은아들은 스마트폰이 허용된 저녁 시간에 역시 축하 이모티콘을 보냈다.
두 아들을 둔 가정의 단체 카톡방은 무미건조하다.
어머니는, 아내가 차린 생일 고사상에 하나뿐인 아들 잘 보살펴 달라고 신령에게 연신 두 손을 비비시며 허리를 굽신거렸다.
허연 머리에 비녀를 꽂은 어머니가 신령과 진배없는데 어느 신에게 비시는지.
어릴 적에는 어머니의 이런 모습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평생 가족을 위해 비시는데 최소한 애는 먹이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다.
퇴근하여 아내와 거실에 앉아서 주전부리를 먹는데, 기웃기웃하시며 왜 생일 케이크가 없냐며 애들이 없으니 생일 케이크도 준비하지 않는다며 아내를 나무랐다.
어머니의 엉뚱한 잔소리가 하루 이틀이 아닌데도 아내는 조금 있다가 케이크 사 올 거라며 투덜거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드라마를 다 본 아내가 팥빙수 사 줄 테니 큰아들 친구가 일하는 빵 가게에 케이크 사러 가자고 했다.
케이크를 사 들고 왔더니 어머니가 주무시고 계셨는데, 평소 같으면 깨워도 잘 일어나지 않는데, 아내가 케이크로 축하하자고 했더니, 말짱한 정신과는 다르게, 거실 소파에 앉을 수 없는 불편한 몸을 아내가 옮겨 둔 주방 의자에 앉으시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셨다.
케이크 조각을 드시고도 밀려오는 졸음을 참으시며 아내가 케이크 접시를 치우기만을 기다리고 계시다가 손에 꼭 쥐고 계셨던 오만원권 두 장을 슬며시 찔러주셨다.
재빨리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주무시려는 어머니를 향해 큰아들이 내일 내려온다고 했더니, 그깟 애비 생일로 공부하는 바쁜 아이를 불렀다며 나무랐다.
오만원권 두 장을 도로 돌려드리려다 아내와 맛있는 것 사 먹으려고 참았다.
실리는 챙겨야지.
내가 해야 할 일을 남이 결정해서 하기 싫다며 거부했는데 찜찜했다.
어느 사람이라도 내 결정권을 침해하면 그 결정을 거부한다.
내 결정권은 내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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