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1년 7월 15일

멋지다! 김샘! 2021. 7. 15. 18:00

고유의 업무를 잘하겠다는 노동조합이 아닌 해야 할 업무를 하지 않겠다며 갈등을 유발하는 노동조합의 사회적 가치는 무엇일까?
해야 할 일이지만 인력이 정말 부족하니 인원을 충당해 달라는 요구가 정당할까? 아니면 해야 할 일임에도 우리 일이 아니라서 못하겠다면서, 그 일을 할 수 없는 그 일을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못 하겠다는 그들이 처리할 수밖에 없는 일을, 다른 부서와 구성원에게 전가하며 갈등을 유발하는 게 정당할까?
정당하냐 안 하냐를 떠나서, 조합원의 숫자를 늘리고 위상을 높이려면 어느 방법이 현명한지 냉정하게 판단하면 좋겠다.
노조원의 숫자와 활동성이 심하게 줄어들고 집행부의 권한이 비대해져 일부 노조원의 여론에 치우치면, 노동조합은 그 직종의 구성원을 조합원으로 유입할 수 없다. 조합원 수가 적어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노조의 앞날은 어떨까?
과거에는 민주노총의 결정이 정부를 흔들었지만, 지금은 정부가 민주노총의 요구를 잘 들어주지 않는다. 표를 가진 조합원의 숫자가 줄어든 게 한몫했다. 다행히 지금은 현 정부와 결이 비슷해서 여기서 그치지만.

아울러 교원의 업무경감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교무행정팀에게 모든 업무를 전가하는 현재의 방법이 효율적인가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앞으로 듣도 보도 못한 업무가 계속 생길 텐데, 그럴 때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인 교무행정팀으로 넘기라는 요구에 직면할 것이다. 교무행정팀을 암울하게 내다보면, 밀려드는 업무를 감당할 수 없는 교무행정팀은 학교장에게 인원을 늘려달라고 할 것이고 그렇게 되지 않으면 교무행정팀을 이탈할 것이라고 주장할 것인데, 학교장이 억지로 교무행정팀의 인원을 늘리면 작은 학교의 경우는 거의 모든 구성원이 교무행정팀이 되고 문제는 예전에 하지 않았던 업무까지 떠안아서 역으로 교원의 업무가 증가한 꼴이 되고, 규모가 큰 학교의 경우는 증가한 교무행정팀의 업무의 성격으로 행정실의 하위 부서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교원이 교무행정팀의 구성원이 되려고 할 것인가? 학년 초를 준비하는 워크숍의 가장 골칫덩이가 교무행정팀 구성일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변화면 모든 직종의 업무도 변화거나 증가한다. 그 변화고 증가한 업무를 다른 직종이 하거나 다른 부서가 하면 원래의 직종과 부서는 사라지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학교는 기술과 사회 변화를 수용하여 학생들을 교육하는 기관으로 학생들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교직원의 하는 일의 변화는 불가피한데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우리의 역량이다,
‘사탕’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교직원이 있었는데 커피를 함유한 새로운 사탕과 관련된 업무가 생겼다면 당연히 ‘사탕’ 업무를 했던 교직원의 업무다. 그런데 커피를 함유한 사탕의 업무 중에는 학생 교육, 교직원, 예산, 지역사회와 연관이 있다. 그러면 기존에 ‘사탕’을 구입하고 배분한 교직원 혼자서 그 업무를 할 수 없다. 학생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 교직원의 역량을 높이는 관리자, 예산을 담당하는 행정실의 공무원, 지역사회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 사무를 지원하는 교무행정원으로 나눠서 처리해야 한다.
현재 학교 풍토로는 쉽지 않다. 관리자가 나서서 해당하는 교직원을 모으고, 해당하는 교직원은 거리낌 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조정해야 한다. 민주주의 문화가 없으면 불가능한 소통이다. 하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학교는 꾸준히 갈등이 생길 것이고 그럴 때마다 마음 약한 사람이 떠맡으며 갈등의 씨앗을 머금을 것이다.
처음 시도의 결과가 완전하지 않을 것이지만 시도를 하면 할수록 우리의 역량이 길러져 소통이 수월해질 것이다. 현재 우리는 소통을 시작할 역량은 충분하다.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행위인 수업만이 교사의 역할이고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근무하는 풍토로 정의하는 게 정말 안타깝다. 민주적인 학교의 근본적인 목적은 사회의 변화와 요구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여 학생을 잘 가르치는 것이다. 교직원의 민주적인 역량과 학교의 환경에 따라 업무 처리와 학생을 가르치는 형태가 다른 것이 정상이다. 그리고 교직원이 교체되거나 새로운 업무가 생길 때마다 몸살을 앓는 것이 정상적인 학교다.
학생을 좀 더 잘 가르치는, 쓸데없는 몸살을 덜 앓는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려면 관리자가 교직원을 모아라. 모인 교직원의 역량으로 그런 학교 만들어라. 관리자의 부름에 따르기 싫으면 민주적인 학교 요구하지 마라. 언제까지 교육감을 욕하면서, 자신은 조합원도 아니면서 노조 집행부에 자신을 위한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청탁할 것인가?

내 관념이고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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