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업으로 하겠다는 큰아들이 집에 왔다. 집에 와서 좋은데 참 불편하다. 우선 나는 새벽에 일어나서 오전까지 머리를 사용하고 오후는 일기와 같은 간단한 글을 쓰고 몸을 사용하는 일상이다. 그런데 아들은 오후에 시작하여 새벽에 마치는데 다른 계절은 자기 방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별 불편이 없지만 요즘 같은 날은 에어컨이 있는 거실을 오후와 밤에 공동 사용한다. 공동 공간에서 하는 일이 다르니 나는 불편한데 지는 괜찮다며 거실을 굳건히 지킨다. 불편한 놈이 항상 눈치를 살피다가 명당을 양보한다.
내일 떠나는 아들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은 마음으로 먹고 싶은 것을 물으니 물회가 먹고 싶어 하여 예전에 가봤던 물회 전문점에 예약 전화를 했더니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장사가 잘되는 가게니 그럴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일찍 갔더니 우리 옆자리에 버젓이 예약석이라는 표지가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순간 괘씸하다는 감정이 확 올라오는 것을 억누르고 물회를 내려놓는 종업원에게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 받네요.라고 했더니 잠시 머뭇거리며 전화 목소리와 같은 목소리로 종업원이라서 모르겠단다. 다 먹고 일어서려는데 예약을 한 분들이 아내에게 인사를 하며 들어왔다. 고개를 들어 보니 이 가게와 조금 관련이 있는 나도 조금 아는 후배네였다. 마음으로 ‘그렇구나’를 주억거리며 주먹 악수를 한 후 헤어졌다. 예전과 다르게 물회가 맛이 없어서 다음부터는 가지 않기로 했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추천하지 않을 것이다. 사소한 작은 구멍이 여러 군데 생기면 결정적인 어느 순간에 거침없이 무너진다.
교장 선생님과 삼 일과 이틀을 번갈아 가며 방학 근무를 한다. 학교 가기 싫어하는 나이기에 근무와 아닌 날을 명확하게 구분하는데 오늘 실수로 학교에 가고 말았다. 교무 부장이 어쩐 일로 왔냐고 묻기에 오늘 근무라고 말했더니 자기가 알기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다시 확인하니 교무 부장 말이 맞았다. 교무 부장은 어쩐 일이냐고 물었더니 두 교무행정원이 쌍방향 원격 연수로 출근하지 않아서 왔다 했다. 그럴 필요가 있겠냐는 말은 했지만 고마웠다. 내가 근무할 때는 두 교무행정원이 없어도 괜찮은데 교장 선생님은 교장실에 근무하니 교무실이 빈다. 그렇다고 교무실에서 근무하라는 말을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고 그렇게 하겠다고 해도 극구 말린다. 지위에 맞는 예우가 있다. 우리 직종의 예우를 존중하는 게 우리를 존중하는 거다.
함께 성장하다가 순간적인 궁핍한 생활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나를 속여 금전적인 이익을 취한 몇 사람이 있다. 개의치 않고 여전히 도움을 주고받는 만남을 가진다. 하지만 그런 나를 어리석게 보고 계속 속이거나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시건방 떨면 웃으면서 헤어지고는 두 번 다시 연락 하지 않는다. 오늘 그런 한 사람 웃으며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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