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느끼는 거지만 조상들이 만든 절기를 무시할 수 없다. 일기예보는 오늘도 된더위라 주의를 당부하지만 부엌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산바람이 서늘하다. 방학에 소설을 쓰기로 했지만, 학교 출근일이 아니면 무더위의 집에서 글을 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더위로의 탈출을 위해 책만 본다. 빨리만 쓰려고 서두르지 않기로 했지만, 이것저것 펼쳐 놓지 못하고 하나하나 정리하는 본성이 마음을 늘 불편하게 한다. 전문 작가가 아닌 학교에 근무하는 평범한 사람의 글이라는 마음으로 본성을 누르는데, 누를 때마다 이유 없는 불안이 본성의 강인함을 일깨운다.
말 많은 올림픽이 끝났다.
어김없이 영웅을 만들었고 우리는 열광했다. 올림픽에 나가는 것만도 영웅인데 이야기를 더하니 전설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기억하자 우리 주변에는 김연경보다 많은 이야기를 가진 알려지지 않은 영웅이 많다는 것을.
영웅에겐 환호를 보내듯이 우리 주변에서 자기의 이야기로 새로운 삶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이들에게 작은 성의 보이자. 폐지를 줍는 할머니를 생각해서 포장 상자를 내놓을 거면 스티로폼을 제거하고 제대로 접어서 문 앞에 쌓아두자. 그 할머니가 하는 일 지구를 생각하면 영웅 이상이다.
자기의 의지와는 다르게 삶의 중간에 이야기가 끊어지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 이웃들의 삶에 내가 할 수 있는 성의를 아끼지 말자. 이야기가 끊어져서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이들을 격려하자.
인생은 그저 그렇고 그렇다. 행복하고 행복하라 하지만 그 행복은 짧은 성공의 쾌감일 뿐 곧이어 쾌감이 일으킨 불안이 이어진다. 끊어지지 않는 쾌감의 삶이 어찌 있겠는가? 행복은 나의 쾌감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나의 현상을 보고 지어낸 이야기다. 내 윗집은 온 집안이 명품으로 가득하고 아파도 몇 채다. 단지 지금의 허름한 아파트가 조용하고 공기가 맑아서 여기에 머문단다. 참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은 우리 가족을 아무 걱정이 없는 행복한 삶을 산다며 엘리베이터에서 만날 때마다 부러워한다.
여행의 목적이 자랑이고 먹는 음식이 부러움을 유발하여 행복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달픈 자기 이야기를 숨긴다. 그 숨겨진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는 게 두려워서, 알려져서 써 내려가던 삶의 이야기를 포기한다. 그럴 때마다 쾌감을 독차지하는 승자의 세상을 바꾸자며 야단법석을 떨지만, 그게 언제인 양 경쟁이 만들어낸 승자의 이야기에 열광하며 잠시나마 쾌감에 젖는다.
영웅은 자기 삶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뿐인데 무슨 잘못이 있으랴. 그리고 한번 물어봐라. 행복하기만 한가?
연속의 쾌감은 없다. 지금 하려는 것 완전하게 이루어도 걱정은 늘 샘솟고, 지금 하려는 것 마음대로 되지 않아도 인간의 곧지 않은 이야기로 가득한 세상은 변함없다. 삶은 앞으로 뒤로 옆으로 때로는 뒤엉키는 그저 그런 별 재미없는 이야기다. 그런 생명의 이야기를 잇는 것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낼 행복을 위해 가식의 현상을 기꺼워하지 않고 그렇고 그런 삶을 성실히 사는 거다. 그저 그런 이야기를 만드는 이웃과 어우러져.
초등 돌봄 교실이 7시까지 연장된단다. 정치인이 장관이 되면 교육 문제를 정치적으로 잘 해결할 줄 알았는데, 그래서 환영했는데, 지랄같이 정치와 경제 문제를 학교를 희생시켜 해결하네. 교육이 뭔지도 모르면서 잘도 우긴다. 일정 이상 부모와 떨어진 시간만큼 모든 게 차이 나는 학생이다. 이 차이를 정치로 좁히는 게 당신의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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