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내와 귀곡동-까꼬실-의 진양호반 물빛 둘레길을 한참을 걸었다. 진양호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진양 호수 가운데에 섬처럼 떠 있지만 실제로는 반대편의 진양호 일주도로와 연결되어 있다. 들어가는 방법은 진양호공원 입구의 작은 선착장에서 귀곡으로 들어가는 배가 있고 무료다. 또 다른 방법은 진양호 일주도로의 사평 사거리에서 까꼬실로 들어가는 푯말을 따라 차를 몰고 들어가면 주차장이 있는데 여기에 차를 세워두고 걸으면 된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후자를 추천하고 한적하고 조용한 호반의 자연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겐 전자를 추천한다. 호수에 갇힌 기분 좋은 조용함, 시골의 정취, 어릴 적 추억을 담고 있는 들꽃, 아름다운 새소리, 나무가 뿜어낸 맛있는 숲 속의 공기, 낙엽이 퇴적된 푹신한 길, 까꼬실 옛 모습의 사진이 소환하는 아련한 옛날의 추억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육지와 동떨어져 있고 소문이 덜 난 곳이어서 다른 곳보다는 훨씬 한적했는데, 코로나19 방역 완화와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방송 이후 그곳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 어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산악회 사람들도 있었다. 수자원 보호구역이고, 아껴서 나만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곳이었는데.
사람이 많이 찾으면, 예전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편의 시설이 더 늘어날 테고 자연의 숲을 공원화하려 들 것인데. 아니 수자원 보호구역 그렇게 할 수 없을 수도 있는데, 요즘 공원화 사업으로 나무가 무참히 잘려 나가는 광경을 보면서 가진 기우이기를.
산악회가 휴식 공간 가운데를 차지한 후에 삼겹살과 다양한 술로 긴 시간을 떠들어 대는 것을 보고 신고할까도 생각했지만 내 공간에 오랫동안 더 머물고 싶어서 그 사람들이 눈치챌 때까지 한참 동안 째려보면서 제발 쓰레기는 가져가기를 바랐다. 지난 3월에 남해 금산을 갔을 때도 산악회가 풍경 좋은 곳을 차지하고는 그곳에서 맡고 싶지 않은 음식과 술 냄새, 구석진 바위틈의 지린내를 풍겨서 매우 언짢았었다.
아껴둔 나의 공간이 탄로 난 마당에 숨긴다는 건 세상 물정 모르는 아집이어서 나의 공간이 예전과 같이 잘 보전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그곳을 찾는 사람과 함께 하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그곳이 모두 숨기고 싶은 공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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