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행정업무가 많으면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은 옳다. 당연히 교사가 하지 말아야 할 행정업무도 분명히 존재하고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지역에 따라 학교에 따라 명백한 행정업무를 교원-교사, 교감-이 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학교도 불과 얼마 전에 비슷한 경우를 발견하여 시정하려고 내막을 살폈더니 노조의 엄포성 공문, 노조와의 교섭 결과에 의한 도 교육청의 권장으로 교사가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다가 교사가 이의 제기나 건의하면 행정실장과 소통하여 해결할 생각이었다. 사실 우리 학교와 같은 작은학교의 경우는 이 정도는 수업을 방해하지 않는 미미한 일이라 감정에 조금만 호소해도 쉽게 해결된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오락가락하면 혼란과 갈등의 원인이 되기에 기록해 두었다가 학기와 학년말의 전체 워크숍을 통하여 함께 해결한다.
교사가 하지 말아야 할 행정업무를 해결하겠다며 교육감 예비 후보나 이들을 이용하려는 교원단체나 노조, 조회 수 장사하려는 언론, 교원 개인이 각자의 주장을 펼치며 마치 그게 교사 행정업무 해결책의 정답인 것처럼 떠벌린다.
차근차근 따져보자.
교육감 예비 후보의 경우는 표를 얻기 위해 표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주장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그 사람들의 주장을 검증하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는 게 아니라 단순히 옮기는 게 전부다. 심지어 감정을 자극하여 표를 얻으려는 속셈으로 학교의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교원단체와 노조의 주장은 철저하게 회원과 조합원을 대변한다. 교육을 내세우고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교사 행정업무를 아주 협소하게 정의하여 교사는 수업과 학생 생활 및 상담 이외는 어떤 일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학생 생활 및 상담마저도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원색적으로 지적하면 근무 시간에 학생 지도를 하고 수당을 받는, 2022년의 최저 시급인 9,160원보다 훨씬 많은 최소 10,000원 최대 40,000원을 받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교사의 행정업무가 많아서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데 이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나. 행정업무 해결 주장처럼 수업 외 학생 지도는 수업을 방해하니 외부 인력을 이용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거나 교감이나 교장도 학생을 지도해야 하니 그들이 전적으로 지도해야 한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교원이 기획, 진행, 회계에 관여해야 더 내실 있고 효율적인 교실 수업과 교육활동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내가 이런 수업과 이런 교육활동을 하고 싶으니 너희들이 기획해서 예산 확인하여 준비물을 비롯한 모든 준비를 다 해줘야 해. 그게 너희들이 일이야.’ 나는 동의할 수 없고 그런 주장이 제한 조건이 되어 오히려 내실 있는 수업과 교육활동을 방해한다. 기획, 진행, 회계에 교장, 교감, 교사, 행정공무원, 교육공무직을 포함한 모든 교직원의 역할이 있고 서로 소통해야 질 높은 수업과 교육활동이 가능하다. 단순히 공문을 작성하고 안 하고를 기준으로 행정업무를 구분하는 데 공무원의 모든 일은 공공문서인 공문으로 이루어진다. 공공문서인 공문은 귀찮지만, 공무원 업무 증명과 보호, 국민에 대한 봉사 근거다. 교원의 수업과 교육활동 증명도 공문서다. 이런 문서 없어도 교사는 알아서 잘하니 간섭하지 말라는 건 정말 공무원으로서의 수준을 의심받는 행실이다.
유연한 교사 복무도 표면적으론 수업 및 교육활동을 더 잘하기 위해서, 개인 생활과 공적인 일의 균형, 엄밀히 말하면 공적인 업무가 사적인 공간을 침해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주장이었다. 실제는 어떤가? 최소한의 공적 업무, 공적 업무의 충실도가 아닌 문제가 생기지 않을 정도만을 기준으로 설정하여 사적인 이익 추구를 위해 공적 시간을 잠식하고 있지 않은가? 근무 시간이 아닌 시간에도 충분히 누리고 있는, 누릴 수 있는 사적인 삶을 위해 근무 시간을 상습적으로 줄이려는 태도가 과연 바람직할까?
교사가 채용과 위촉, 시설관리 등을 정말로 일반적으로 하고 있을까? 내가 알기로는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남의 초등의 경우 그런 일은 없다. 간혹 학교의 주관적인 분위기로 배움터 지킴이와 같은 자원봉사자의 경우 교사가 채용과 위촉 업무를 보조하는 경우는 있을 것이다. 나도 교무부장과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위촉했다. 학교 업무가 단독으로 처리되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오늘 온 공문도 행정실의 협조를 받아야 했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중등의 경우는 그런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학교 현장의 사정을 두루 살피지 않고 주장을 위한 합리적 근거의 수단으로 삼기 위해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오류는 교원의 수준 미달이다.
그리고 학교의 업무는 상기한 주장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어떤 업무는 ‘누가 해야 한다.’로 단정하면 업무 추진이 안 되고 갈등만 키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장하려면 문제인 학교 업무부터 통찰해야 한다. 어떤 이는 그 업무를 해봐야 이해한다고 하는데, 그 업무 안 해봐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나 소통만 해도 통찰할 수 있다. 통찰이 부족한 주장은 학교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거나 알면서도 은폐하려거나 알려는 의지 없이 직종 간의 갈등을 키워서 학교를 분열시키려는, 심하게 말하면 혐오를 조장하려는 의도이다. 정말 못된 정치인이나 하는 수작이다.
또 법적으로 엄연한 호칭이 있는데 법령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거나 기관의 해석 한 부분을 과도하게 인용하여 교감이나 교장의 법적인 호칭을 마음대로 각색이나 윤색한 호칭을 부여하고는 그 호칭대로 업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소영웅주의다. 본인의 법령 해석과 기관에 의뢰한 법령 해석으로 본인이 주장이 옳다면 교원단체나 노조를 통하여 국회에서 법령 개정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법령이 그렇게 바뀌면 그렇게 하지 않을 공무원이 어디 있나.
더불어 교사가 하면 안 되는 일을 왜 교감이나 교장이 해야 하나? 교감이나 교장이 해야 할 일 많다. 교사 눈에 안 들어온다고 놀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런 논리면 교사 수업과 교육활동도 교감이나 교장에게 증명하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서로의 업무와 업무의 특성을 존중하여 문제를 해결해야지 ‘당신은 놀고 있으니 우리의 일 해!’ 동의할 수 없다.
내가 교감일기나 출간, 독후 활동을 통해 내 의견을 드러내듯 다른 교원도 얼마든지 자기주장할 수 있다. 다만 비교적 오랫동안 학교와 교육 관련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조언하자면 내가 보는 세상만이 그 세상으로 얻은 경험만이 그런 것으로 얻은 내 지혜만이 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여럿이 공존하는 세상, 아니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는 세상이 더 많아서 그런 세상을 더 알고자 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교육 전문 언론매체의 역할 중요하다. 사실 보도와 논설 등으로 우리나라 교육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딱 한 가지만 요구한다. 사실 확인을 위한 취재를 하시라. 조회 수 영업을 하기 위해 갈등을 조장하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제목을 뽑는 게 교육 전문 언론매체의 할 일은 아니다. 다른 언론매체가 그렇게 하더라도 교육 전문 언론매체는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현실을 개혁하기 위해 누구나 할 말은 해야 한다. 그 할 말은 팍팍한 현실을 만든 원인을 개혁하는 말이어야 한다.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 결과만을 남 탓하며 처리하려는 분열과 혐오의 말은 이제 거두자.
모른 척 넘어가려다 빗소리의 감흥으로 마음에 담고 있었던 말들을 분열과 혐오의 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교감 일기(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년 5월 2일 (0) | 2022.05.02 |
---|---|
2022년 4월 28일 (0) | 2022.04.28 |
2022년 4월 25일 (0) | 2022.04.25 |
2022년 4월 23일 (0) | 2022.04.23 |
2022년 4월 21일 (0) | 2022.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