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뒷산을 걸으며 짜증 났던 일을 잊으려 했다.
이런 일로 일기를 쓰지 말자고 억누르고 억눌렀는데 짜증의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아내를 집으로 먼저 보내고 강변을 가볍게 달리며 또 눌렀는데……
점심부터 출장이었다.
초등(유치원) 교(원)감을 대상으로 한 학교 재조직화 및 행복지구 체험이 목적이었다.
한 학기 동안 교(원)감한다고 고생했으니 편안한 오후 좀 보내라는 뜻이라 판단했다.
이런 연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시간에 교감 일하고, 책 읽고, 글 쓰고, 교육정책 보고서 읽고 정리하는 게 더 좋다.
배울 것 없는 강사의 자기감정에 충실한, 어설프게 자기 계발 자를 따라 하며 ‘이러면 좋다’, ‘저러면 된다.’라는 관념적인 말을 꾹 참고 있는 것도 고역이다.
어떨 때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한마디 툭 던지고 나서는 괜히 말해서 분위기만 흐렸다는 죄책감으로 연방 후회한다.
이러는 내가 싫어서 교감이 해야 할 일을 전달하는 연수가 아니면 꺼린다.
오늘도 뻔한 연수여서 가기 싫었다.
돈 쓰기에만 급급한 행복지구 운영과 원래의 의도에서 한참을 벗어난 마을 교사 제도에 대해서 여러 번 말했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말하지 않겠다.
제법 잘 아는 초등학교 교장이 강사였다.
도 교육청의 관념적인 정책에다 자기 논리를 가미하여 학교 재조직을 찬양했다.
본인의 교육 신념이니 그럴 수 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어떤 지역의 교사노조 위원장이 교육부에 질의한 결과, 교감은 관리하는 직책이고 법제처에서는 관리를 ‘어떤 사무를 맡아 처리함’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이 교사노조 위원장은 자의적으로 교감은 ‘학교사무처리자’라고 해석하고 주장했다.
법 조항 전체 문장으로 법제처에 다시 의뢰하면 ‘사람을 통솔하고 지휘 감독함’으로 재해석한 답변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방법이 그 사무를 직접 처리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 교사노조 위원장의 해석의 숨길 수 없는 의도는 교감과 교사를 갈등 구도로 확정한 후, 교육 본질을 추구하지 못하는 현재의 학교 모순인 교사의 행정 업무를 학교사무처리자인 교감이 처리하지 않아서 생겼고 해결 방법은 교감이 학교 사무를 처리하면 해결된다는 것이다.
의도를 빤히 들여다보고도 기분 나쁜 건 어쩔 수 없다.
이 일로 몇 교감이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며 연락을 했길래, 그냥 자기감정에 충실한 해석인데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교장은 왜 건드리지 못했을까?
오늘 교장 하는 이 강사는 이 해석이 참 고마웠던 모양이었다.
교감을 앉혀놓고 교감은 학교사무처리자이고, 학교 돈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일절 간섭할 수 없으며, 학교 돈을 관리하는 사람은 행정실장과 교장이기에 교감은 행정실장과 동급이란다.
그러면서 교감에게 행정실 직원들과 소통하여 학교 재조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란다.
이게 무슨 개 논리인가?
교감과 행정실장이 법적으로 동급이고 아니고는 차지한다.
이 교장 강사는 교사나 행정실장 대상의 연수에서도 이렇게 했을 것이다.
아마 쌍수로 대환영을 받았을 것이다.
거기에 도취되었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교감이 얼마나 만만하게 보였으면 교감이 대부분인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을까?
“학교 재조직화에 부정적으로 말할 의도는 아닌데, 교감이 행정실장과 동급이고 학교사무처리자인데 왜 행정실장과 행정실 직원에게 먼저 손 내밀며 소통해야 합니까?”
“학교 재조직화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라는 의미로”
“그런 분위기 교장 선생님이 만들어야 하지 않나요?”
“아~예, 교장이 해야죠.”
이다음 분위기는 대충 상상이 될 것이다.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이어갈 수 없는 분위기여서 열불이 났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세게 한판 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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