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2년 11월 15일

멋지다! 김샘! 2022. 12. 12. 09:13

일 년 내내 아내와 집 주변을 걷는다.

3월, 찬 바람 속에서 간혹 스며오는 따뜻한 바람에 마음 설레고,
4월, 소박하게 흩날리는 벚꽃 아래에서 허리 꺾인 할머니가 뿌리는 거름 냄새로 웃고,
5월, 노란 장다리꽃을 먼저 보려고 뜀박질하던 그때를 생각하며 팔을 툭툭 치며 미소 짓고, 
6월, 6월을 장미가 5월의 장미로 돼버려 아쉽고, 
7월, 물내나는 새벽 둑길에서 한낮의 더위를 예감하고, 
8월, 텁텁한 강둑을 얼른 지나 해 질 녘에 산골짜기에 닿아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식히고,  
9월, 얼른 오지 않는 가을과 짧아질 가을을 미리 추억하고, 
10월, 짧아도 가을이라며 둑길의 온갖 꽃으로 감탄하고,
11월, 해를 업고 나풀거리는 낙엽에 '좋다'소리 절로 나고,
12월, 세 달만 지나면 봄바람 분다고 위로하고,
1월, 한 살 더 먹었다며 무심히 한숨 섞고, 
2월, 3월의 학교를 상상하며 위로한다.

걷고, 보고, 듣고 , 맡고, 느끼고, 그런 일상이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소모되는 몸으로 그런 일상이 끊어질까 크게 두려워, 몸의 신호가 민감하게 바뀐 지금, 선뜻 병원에 가지 못한다.
의사가 할 말 상상하며 내색 없이 잠을 설친다.
엊그제 무던히 내 손금 보곤 생명선이 길다며 안심한 아내는 내색 없이 한숨 쉰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자연스러운 노화인 데도 마음이 철렁거리고 덜컹거린다.
함께 끌어 안아 다독이며 갈 것들인데 받아들임이 힘들다.
받아들이자.
받아들인다.
덤덤하게.

아픈 교직원과 아픈 교직원 가족들이 자꾸 생겨서 걱정이다.

수술한 후 회복 중에 12월 12일에 14일을 덧붙인다.
학교에서 일기를 쓰고, 눈이 이상하여 병 조퇴를 신청한 후 동네 안과에 갔더니 망막박리가 심하게 진행되었다며 소견서 적어줄 테니 대학병원 안과로 바로 가라고 했다. 소견서 덕분에 빨리 이런저런 검사를 했는데 역시 망막박리가 꽤 진행되어서 17일 아침 일찍 수술 날을 잡았다. 의사 말에 의하면 수술 후에도 시력이 완전하게 돌아오지 않고 다시 망막이 떨어지는 재발률이 30%나 되며, 수술 시간은 짧지만 쉽지 않아서 전신마취를 해야만 한단다. 사고에 의한 망막박리가 아닌 나 같은 경우는 밝혀진 원인이 없으니 자책할 일은 아니라고 했다. 온갖 자책으로 밤을 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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