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말 교감 단상(斷想)
교감의 개똥철학, 신념, 교육 철학이 제아무리 값지고 단단하더라도 높은 관습의 벽을 무너뜨리지 못한다. 그 벽의 벽돌 하나에 실금 정도라도 내면 다행이다.
교감은 교직원들의 온갖 소리를 알게 모르게 듣는다. 교감이 알게 모르게 들으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교직원 모두가 입 꾹 다물고 있지 않는 이상, 학교에서 일어나는 웬만한 일은 거의 다 안다. 누가 누구와 앙숙이고, 누구끼리 친한지, 욕바가지는 누군지, 누가 모함을 하는지. 갈등을 조정해야 할 교감은 이런 일을 다 알고 있어도 거짓말하고 모함하는 이에게 단호하게 '그러지 마세요.',라고 말할 수 없다. 끝없이 가식과 거짓을 흘리고 퍼뜨릴 정도면 이 정도 눈치는 있겠지,라는 기대를 하지만, 어김없이 빗나간다. 하기야 그 정도 눈치가 있었으면 그런 일을 달고 살까마는.
지금, 내가 교직원에게 주장하는 만큼 내 학교의 삶도 그랬을까? 그랬다면 그런 삶이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했다면 그렇지 못한 남의 삶에 훈계할 수 있을까?
지금, 나는 부질없다, 생각한다. 다만, 내가 훈계하고 싶은 남의 그 삶이 누군가에겐 선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누군가가 내 삶을 따르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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