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감을 5년 하고 나니 특별히 더 쓸게 없어서 일기 쓰는 걸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일기로 인한 여러 사건을 떠올리니 허탈한 웃음이 먼저 났다. 초등학교 교감이 무엇을 하는 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초등학교 교감이 하는 일을 거르지 않고 쓰겠다고 다짐했다. 학교와 학교 근무자를 고려하여 사실에만 충실했고 나머지는 두루뭉술하게 썼다. 그런 의도와는 다르게 두루뭉술한 표현을 각자 해석하고 편집하여 공격했다. 마침 초등교감이 하는 물리적이고 현상적인 일을 충분히 쓴 상황이어서 학교와 교육에 대한 초등교감의 사유(思惟)를 드러냈다. 사회 일원으로서, 지식인으로서 초등교감의 위상 재고(再考)가 목적이었다. 덤으로 교직원이 교감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선을 걷어내어, 교육 변혁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을 나누고 싶었다. 어느 날부터 돌고 돌아 그 자리란 느낌을 받아서, 쓰고 싶은 내용이 있어도 예전에 쓴 일기와 겹치는 게 아닌지를 의심했다.
블로그 이름을 '학교 평론: 미립'으로 바꾸었다. 학교와 교육을 지식과 지혜로 평하고 싶었다. 교감일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평론을 교감일기에 담기로 했다. 2023학년도를 마치는 즈음에는 어정쩡한 일기는 그만 쓰고 블로그에 별도의 평론 게시판을 새로 만드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2023년부터는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고 싶었다. 나름대로 틈틈이 연습하고 있었다. 교감일기를 그만 쓰려니 아쉬움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교감일기를 소설 형식으로 쓰면 어떨까?, 짧은 시간에 어떻게 소설을 쓴단 말인가?, 로 고민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비교적 짧은 이야기로 쓰면 소설 연습도 되고 좋을 것 같았다.
걱정이다.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내가 근무하는 학교만이 교감일기가 아니고, 내 삶 전부가 교감일긴데, 또 공격당하지 않을까? 공격받으면 비공개로 숨으면 되지만, 처음부터 공개 일기를 쓴 이유와 맞지 않고, 공격받는 게 두려워서 피하는 게 아니고 대화를 거부하는 일방적인 태도가 낳는 오해를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오해가 현실의 나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때의 스트레스를 극복하기가 참 힘들다. 그것도 생전 모르는 사람이 뜻하지 않는 상황에서 불쑥 내뱉는 말을 들을 때는 뇌가 정지한다. 저 사람을 그냥 미워해야 하나? 왜 그러는지 물어야 하나? 밥이라도 먹으며 다정다감하게 다가가야 하나?, 어떤 사람은 그냥 대충 넘기라고, 어떤 사람은 글을 그만 쓰고 대충 살라고 하는데. 대충 넘기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지만 인간 예의조차 대충 넘기긴 싫고, 대충 살지 않으려 읽고 생각하고 쓰며 실천하는 데 그것을 하지 않는 건 내 삶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런 일상이 디스트레스(distress)가 아닌 유스트레스(eustress)로 재미있고 풍부한 삶을 이끌어 그만 두지 못한다. 그냥 내 삶이다.
어디에 있든 틈나는 대로 느긋하게 내 이야기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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