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3년 1월 28일

멋지다! 김샘! 2023. 1. 29. 19:30

아내가 정기적인 모임을 하는 분들과 뮤지컬 관람과 친목을 위해 서울로 1박 2일 여행을 간다. 고속버스 터미널에 태워주면서 일행 두 분을 중간에 태워 가자고 했다. 내가 아는 분들이라 그러자고 했다. 한 분은 교사로 명예퇴직을 한 후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강사를 하고 있고, 한 분은 나름대로 학교 변화를 위해 애쓰는데 사실 학교 변화를 위해 애쓰는지 자신의 입신을 위해 애쓰는지 많이 헷갈린다. 학교 변화를 위한 지식과 지혜가 없으면서 학교 일을 다 안다는 자만만으로 자기주장이 옳다며 고집하는 이분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내가 이분과 모임 하는 것도 싫다.
중간에 두 분을 태웠다.
"김 교감 우리까지 태워주고 고맙소."
"아닙니다 나이 들수록 마누라 말 잘 들으려고요."
"참 생각 잘했네."
"선생님 요즘도 기초학력 강사 하세요?"
"방학 때는 안 해줘도 되는데 한 아이 공부가 하도 딱해서 그냥 공짜로 해주고 있어."
"요새는 선생님들만 아이들 학력을 걱정하고 진작 아이와 부모는 공부할 필요가 없다 하는 세상 아닙니까?"
"김 교감 말이 맞아! 딱한 그 아이의 부모와 전화 상담을 했는데 부모는 내 만큼 걱정하지 않더라고."
"김 교감은 요즘 어찌 사는가?"
"제 또래가 교감이나 교장 하면 학교가 많이 바뀔 줄 알았는데 여전합니다."
"교사 때 교감이나 교장 하면 못된 짓 안 할 거라고 다짐하고 다짐했을 텐데, 못된 짓이 뭔지도 모르는 듯한 대학 동기 교장이 있는데 부끄러워 죽겠습니다. 저러다가 국가인권위에 고소당하거나 갑질센터에 신고당할 것 같은 걱정이 되지만, 어떤 때는 저런 인간을 교직원이 왜 그냥 놔두는지 이해하기가 힘들 때도 있습니다."
"학교가 아무리 민주화되었다고 해도 최종 결정권자는 학교장이니 함부로 할 수 있나? 또 선생님들이 워낙 착하니까."
"전문적학습공동체에 교직원이 잘 참여 안 하는 것도 문제지만 전문적학습공동체의 결정을 학교장이 존중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으니."
"학교장이 선생님들의 의견을 무조건 존중해야지요?"
" 이 선생님! 법령에 학교장이 무조건 존중하게 되어 있어?"
"아니! 모든 걸 어찌 법대로 할 겁니까?"
"그럼 공무원이 법대로 하지 않으면 뭘 어쩌게? 그럼 복무도 마음대로 하고 학생 지도와 관련한 여러 지침을 어겨도 그냥 놔둬야겠네?"
"그런 것은 아니고······"
"이 선생님이 뭔 말을 하려는지 아는데, 나도 모든 걸 법대로 하자는 게 아니라 학교의 변혁을 가로막고 있는 법이 안타까워서 한 말이야."
"현재로선 교장이 선생님들을 위해 많이 내려놓아야지요?"
"뭘 많이 내려놓아야 하는데, 무조건 선생님들의 말 다 들어주는 게 내려놓는 거야? 그러면 학교 변혁이 이루어져? 그렇다면 왜 교장이 강하게 나오면 논리적이고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슬금슬금 뒤로 내빼는데, 누구 말대로 바람도 불기 전에 납작 엎드리는 건 왜 그러는데 완벽한 선생님들이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니야?"
"교감 선생님 눈에도 그런 게 보입니까?"
이게 무슨 말인가? 명색이 내가 교감이고 아니 교감이 아니더라도 어림잡아 내 경력이 지보다 십 년은 더 될 텐데. 내가 지보다 하수란 말인가? 나 같은 사람을 앞에 대놓고 무시하는데 다른 선생들에게는 어떨까? 이런 선생이 무슨 학교 변혁을 이루겠다는 말인지. 참 기가 찬다. 기분이 참 더럽다. 아내가 이런 사람과 서울 여행 가는 게 너무 싫다. 지금이라도 안 가면 좋겠다. 
"여보 다 왔어."
"선배님 여행 가는데, 제가 괜히 쓸데없이 무거운 이야기를 해서 좀 그렇네요. 그럴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여행 잘 다녀오십시오."
"덕분에 터미널까지 편하게 잘 왔는데 뭘, 고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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