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배와 나눈 이야기를 윤색했다.
#1
“형님! 눈은 좀 어때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아이고 참! 오늘 후배들과 모임이 왔는데 철수가 형님 카톡 프로필을 보고 형님이 어디 많이 아픈 것 아니냐며, 제게 아는 게 없는지 물어서 형님에게 전화하기가 뭐해서 형수님께 물었지요.”
“아, 그래.”
“조만간 연락할 테니 그때 보도록 눈 관리 잘하십시오.”
“그래, 고맙다. 가능하면 그때 보도록 할게.”
“철수가 전화 바꾸라 해서 바꿉니다.”
“철수야! 그래 잘 지냈나?”
“형님! 당장 프로필 바꾸십시오. 뭔 큰 병이 난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십니까? 겁이 나서 전화도 못 하겠고……”
“알았다. 나는 그냥 수염 난 내 얼굴이 나름대로 괜찮아서 올렸는데……”
“수염은 안 보이고 다 죽어가는 얼굴만 있는데요 뭘.”
눈 수술 후 얼굴을 씻지 못해 수염을 깎을 수 없었다. 이주일 지나니 나름대로 괜찮아서, 수술로 초췌한 얼굴이 측은하고 생소해서, 카톡 할 때만이라도 그런 나를 보며 위로하려고 프로필을 바꾸었는데, 내 마음과는 다르게 누군가는 심각했나 보다.
#2
“교감 선생님은 페이스북을 언제부터 했어요?”
“음, 한 11년 된 것 같은데 그건 왜?”
“해볼까 해서요.”
“아직 안 하고 있었어? 네 또래답지 않네?”
“현실도 신경 다 못 쓰는데 SNS까지 신경 쓸 수 없을 것 같아서 미루다 보니, 그런데 교감 선생님은 페이스북으로 뭘 해요? 귀찮지 않으세요?”
“페이스북 가입해서 내게 친구 신청해 보면 내가 뭘 하는지 알 텐데.”
“뭔 그리 끔찍한 말씀을 하십니까?”
“흠흠”
“친구는 몇 명이나 돼요? 친구 글 다 읽어요?”
“5천 명에서 몇 명 빠지네, 관심 가는 글은 꼬박 읽지.”
“그럼, 좋아요, 화나요, 힘내요 이런 것 그냥 누르지 않겠네요.”
“뻔한 이야기는 그냥 누르기도 해, 내겐 그 누름이 별 의미가 없어도 글을 쓴 사람은 위안이 될 수 있겠더라고. 나도 내 글에 누가 표정을 누른 횟수가 많거나 댓글을 달아 주면 괜히 기분이 좋더라고.”
“그것에 집착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하고 확인하진 않고요?”
“지금은 그렇지 않고, 오히려 관심 가는 사람이 쓴 글을 책 보듯 일부러 꾹꾹 눌러 읽어, 사진에도 감탄하고.”
“그 글로 그 사람을 판단해요?”
“대체로 그래, 그런데 몇 친구는 직접 겪었는데 전혀 다르더라고 그 뒤부터 그 친구 글은 잘 안 읽어 읽어도 표정 안 누르지.”
“교감 선생님은 무슨 글을 올리는데요?”
“예전에는 잡다한 내 일상과 가족사부터 내 생각 내가 본 풍경 등 하여튼 안 올린 게 없는 것 같아. 요즘은 책 읽은 것만 내 만족을 위해 남기고 있어, 비공개 그룹에 일기도 남기고 지금 이야기도 언젠가 일기로 써질는지 몰라.”
“그런 걸 왜 공개해요? 오해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
“많지는 않고, 내 만족을 포함하여 나름대로 목적은 있는데 굳이 말하고 싶지 않네. 페이스북이라는 게 내 의도대로가 아닌 읽는 친구의 마음이거든.”
“그럼 어떡해요?”
“어떡하긴 뭘 어떻게? 그걸 어떻게 통제해? 통제하려는 게 더 이상하지, 그러고 보니 나보다 더 꼰대네! 어이, 젊은 꼰대?”
“아니거든요! 교감 선생님 머리 염색이나 하세요!”
“어쭈! 외모 지적까지 꼰대 맞네, 젊은 꼰대!”
“자꾸 놀리면 앞으로 말 상대 안 해줍니다.”
“알~알았어. 취소! 그런데 수업 시간 아니야?”
“하여튼 뒤끝은, 전담 시간이거든요.”
“뭐 그럼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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