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을 긴장하며 시작하고 싶지 않아서 주말에는 가장 즐거운 일을 한다. 그런 일을 했다는 기쁨의 여운이 월요일에 벌어질 일을 상상하며 가지는 긴장을 다소 스러지게 한다. 때로는 설레게 한다.
학교 일이 어디 상상하고 기대한 대로 풀리든가?
일반적인 업무 처리 방식에서 벗어난 일 해달라고 요구하고,
외부 강사를 임용할 때 학교의 사정을 우선해야지 강사의 사정을 우선하면 안 된다. 임용 절차가 청렴에 어긋나거나 강사 수업과 근무에 갑질을 하면 안 되는 것이지 학교보다 강사의 사정을 우선하라는 행정 지침이 아니다. 오히려 학생이 질 높은 수업을 받도록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학교 최종 결정권자는 학교장이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알아듣게 말하면 그렇게 하지 않아야 한다. 생각해 보고 결정하겠다는 말을 듣기 위해 한 말이 아니다. 학교장의 말이 부당하면 논리적으로 설득해라. 그래도 안 되면 화가 나겠지만 어쩔 수 없다. 화난 감정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다가 되새겨보라.
선의가 선의를 낳지 않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 달라고 표현해야 한다. 부탁하고 싶은 본마음을 숨기고 이런저런 얼토당토아니한 말을 늘어놓은 끝에 상대가 그 본마음을 짐작하여 본인이 듣고자 하는 말을 하면 '얼씨구 걸렸구나!' 하며 '그렇게 해주면 고맙지'한다. 어떤 때는 그렇게 해줄 수 없다는 할 필요가 없는 변명을 하고 나면 허망하다.
요즘에는 본마음을 숨기고 말하는 이의 말을 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내가 그렇게 하겠다고 , 할 수 없으면 못한다고 냉철히 말한다. 나에게 보답하겠거니 기대하지 않는다. 부탁을 들어줄 때만 고마워하는 그 마음으로 만족한다. '못한다'는 냉철한 내 말에 웃음끼 싹 가시어 '알았다'며 쌀쌀맞게 돌아서면, 그것을 서운해하는 내 마음이 안타깝다. 전혀 안타까워할 일이 아닌데도.
선의가 선의를 낳을 기대를 하지 않고 선의를 베풀 수야 있으면 오직 좋으랴.
한동안 그렇게 살 거라며 솟구치는 감정을 삭이고 삭였다.
삭인 감정이 삭히기를 바랐건만 썩어 독만 내뿜더라.
위인도 아닌, 될 수 없는 한 인간이 그걸 따라 하겠다고 했으니 얼마나 건방진가!
건방진 인간보다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사는 한 인간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어쩌랴!
머리 굴리고 굴려 본인 욕심만 챙기는 걸 최대 행복으로 삼고, 본인의 교활함에 넘어간 이를 어리석은 사람이라 여기며 행복해하는 사람의 사정이 딱해서, 또 내가 크게 불편할 결정을 하고 말았다.
아침에 출근하기 전까진 이런 일기를 쓸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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