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평가와 관내전보 관련 업무 협의회를 해야 했었는데, 아픈 분들로 인해서 메신저로 안내만 하고 다음 주 월요일로 연기했다. 덕분에 창문을 뚫고 들어온 겨울과 어울리지 않은 나른한 햇살을 뒤로하고 일기를 쓴다.
교감일기는 교감이나 교장을 대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일어나는 학교문제를 교사와 관리자의 대결 구도로 해결하려다 갈등을 더 증폭하곤-애초의 목적인지 모른다.- 얼버무리거나, 학교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학교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고, 그것이 왜 문제인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갑갑한 상황을 비판하려다 보니 관리자를 편드는 꼴이 된다. 내가 교감인지라 관리자보다 교사를 더 비판적으로 볼 수 있다. 아주 사적으로 나는 흔히 말하는 눈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지금의 학교 현실을 더 비판적으로 본다. 이 글도 어떤 관점으로 쓰는지 모르겠다.
어제 존경하는 교수의 유튜브 채널을 봤다. '상식이 무너진 사회, 세상에 무개념이 많아진 이유'를 주제였는데, 첫 사례는 비상식적인 학부모에 의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초등학교 교사가 증가하는 문제를 다뤘다. 학부모가 비상식적으로 변한 사회 현실을 주고받다가 갑자기 한 패널이 '왜 자살하는 교장은 없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장도 힘들다는 것을 자살로 보여줘야 하는가?'
교장이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예방할 수 없었는지?, 학교장으로서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에 책임지는 태도가 부족했다는 지적과는 차원이 다른 주제와 어울리는 상식이 무너진 문제 제기였다. 교장이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예방할 수 없는, 책임지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를 말했어야 했다. 이 구조적인 문제는 교사와 관리자를 대립 관계를 넘어 대결 관계로 인식하는 학교문화와 크게 관련되어 있다. 이걸 그 패널이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 패널의 지적대로 교장이 편하다면 나날이 증가하는 교장과 교감의 명예퇴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상식이 무너진 학교 외부의 세력으로 겪게 된 지금의 학교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학교 내부가 더 문제라는 인식을 심어줄까 봐 지금은 설명하지 않겠다.
다른 패널은 지금 교사가 하는 일의 80~90%가 민원과 행정업무라서 정작 수업을 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하는 일 중 80~90가 민원과 행정업무를 하는 교사가 경남에는 있다. 교무행정지원팀, 교무행정전담팀 등을 운영을 골자로 하는 학교조직 재구조화 정책으로 학교업무 대부분을 주고 수업을 줄인 전담교사들이다. 다른 교사들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다른 교사들 중에 민원과 행정업무가 80~90%라고 주장한다면 지금 학교는 학생 교육을 포기한 상황이어야 한다. 지금 대부분의 교사는 80~90%가 수업 또는 수업과 관련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럴 수는 있다 악성 민원인과 심하게 어려운 행동을 하는 학생 때문에 심리적인 압박이 이만저만이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수업과 수업과 관련 있는 업무를 훨씬 많이 한다. 심리적인 압박이 일으키는 감정과 실제는 구분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교사가 받고 있는 심리적인 압박을 절대로 가볍게 여긴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명한 것은 언론에 보도되거나 SNS와 커뮤니티에 격앙되게 쏟아지는 학교 상황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는 그렇게 짧은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성을 갖고 있다. 그 짧은 말과 글로 학교를 판단하거나 그것만이 사실이라고 우겨서 학교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면 지금의 학교문제를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서 실패했음을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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