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4년 4월 22일

멋지다! 김샘! 2024. 4. 22. 22:20

  우리나라 성인 열 명 중 여섯 명은 일 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책을 꾸준히 읽는 입장에서 독서와 독서교육이 책을 읽는 것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어서 안타깝다.
  독서는 책을 읽는 것이고 독서교육은 책을 읽게 하는 교육활동이다.
  어느 순간부터 독서는 허세가 되었고 독서교육은 미술활동이 되었다.
  독서가 허세가 되다 보니 독서하는 행위가 자랑거리고 되어서 북카페는 책을 읽는 곳이 아니라 책 읽는 모습을 촬영하여 SNS에 올리는 장소가 되었다. 산중턱에 경치 좋은 곳에 작은도서관이 우후죽순 생긴다. 책을 읽을 작정이면 접근성이 아주 좋은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이 주변에 천지이다. 굳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산중턱까지 가서, 경치가 좋아 혼잡스러운 북카페에서 책을 읽겠다고.
  책모양의 장식이 유행이란다. 수납할 수 있는 진짜 책 같은 책모양은 더 비싸다고 한다. 예전에는 책꽂이에 읽지 않은 책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마저도 책껍데기가 차지했다.
  책을 읽어 지식과 교양을 넓히는 게 아니라 책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독서교육도 책을 읽도록 하는 교육이 아니라 간식이나 선물을 주기 위한 교육활동이 되었고, 독후활동도 책을 읽은 소감이 아니라 그리고 만드는 미술활동이 되었다.

  독서하는 행위는 권력이 아니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직위와 직급이 내려가는 것도 아니다.
  책을 읽는다고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는 것도 아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과 인간이 창조한 문명을 탐구하고 이해하여 인간다움을 찾는 행위다. 따라서 독서는 극히 인간다운 행위이고 의도적인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어지간한 독서로는 인간다움이 발현되지도 않아서 지속성을 갖기도 힘들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우리 눈은 입체적인 자연물을 보도록 진화해서 책과 같은 평면을 보는 게 여간 피곤한 행위가 아니란다. 눈 건강과 바꾸는 독서인데 재미 삼아 취미로 해서야 되겠는가? 빡세게 해야 한다.
  독서교육은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의도적인 교육활동이어야 한다. 부모와 선생님이, 우리 사회의 어른이 의도적으로 책을 읽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면 아이들은 책을 읽는다. 요즘처럼 책을 읽는 어른이 희귀한 사회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어찌 나무랄 수 있겠는가?
  인터넷의 글자를 많이 읽는 것과 책을 읽는 독서가 같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는데, 유튜브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소개하는 것을 보고 전체 내용을 개략적으로 알 수 있지만 원작의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 물론 온전히 책을 읽어야만 가능한 비판적인 사고에 의한 창의성도 기를 수 있다.
  그냥 책을 읽어서 책을 읽게 하자.
  책으로 폼 잡지 말자.

  교감단장을 하니 인사자문협의회와 같이 지역 교감을 대표하여 참석하는 출장이 가끔 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는데 별 말이 없이 듣기만 했다. 나답지 않지만 2024학년도는 나섬을 억누르려 한다. 교장자격연수 대상자가 되어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과 반응을 더 살펴서 우리의 생각을 짚어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럴 목적이 있어서다.
  그럼에도 오늘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 내가 우리가 그렇게 당해왔다고 해서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으려는 태도, 주장하기 위해 윽박지르고 지레짐작으로 무시당했다며 사과를 유도하고, 목적에서 벗어난 자기 직종의 처우개선과 권위를 인정받으려는 작은 권위주의에 동의할 수 없다.
  그들이 그렇게 해서 내가 불쾌했다면 또는 손해 본다는 생각이면 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소통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게 리더나 관리자의 마음가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서 속이 상하더라도 어쩌면 영원이 알아주지 않겠지만, 더디게 변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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