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가 많았다. 대부분은 하기 싫은데 해야만 하는 것이고, 화요일 연수는 듣고 싶은 것이어서 공문으로 연수 안내가 오자마자 신청했다. 예상하고 있는 내용에 참신한 뭔가가 더해지기를 바라면서 꽤 기대를 했었다. 별로였다.
사회 구조와 제도 안에 학교가 있다. 학교의 교육으로 사회 구조와 제도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없다. 교육개혁으로 사회를 바꾸기보다 사회가 바뀌면 교육도 바뀐다. 학생들의 미래가 걱정되면 우리 사회가 미래를 잘 준비하면 된다. 우리 사회는 극도의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면서, 교육부도 신자유정책을 추종하면서 학교더러 승자독식의 능력주의를 그만두라고 하면 씨알이라도 먹히겠나? 다행히 화요일 연수 강사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었다. 국영수 공부가 필요 없다, 공부 안 해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연수생의 질의에 국영수를 잘하면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단칼로 받아쳤다.
하지만 과학과 과학적인 것-통계를 앞세워 인간의 자유 의지를 태어난 나라, 유전자, 환경의 영향보다 부질없는 요소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인간은 자유 의지로 삶을 꾸리기를 욕망한다. 그리고 자유 의지의 방향과 목표는 지식, 지혜, 경험 등의 인간으로서의 발달과 성숙 정도에 따라 다르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교육에서 자기 주도성은 정말 중요하다. 교육자는, 학생이 자기 주도성을 올바르게 발현할 수 있도록 자극해야 한다. 중요한 자극 수단은 지식이다. 그래서 교육자는 학생이 지식을 재미있게 쌓게 하는 전문가여야 한다. 역량은 그 지식으로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힘이다.
이런 의미에서 강사와 같은 주장을 해왔다. 교육활동 후에는 만족도 조사가 아니라 올바르게 평가하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평가의 주도권은 교육자가 쥐어야 하고, 평가 결과는 교육자의 저급한 평가 수단으로 사용할 게 아니라-교육자는 그런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학생 역량을 향상하는 도구로 이용해야 한다. 학생의 상태를 적확히 알아야 알맞은 지원을 할 수 있다.
일부 혁신학교 추종자 중에는 평가 결과의 공개가 학교 서열화와 경쟁 교육을 심화시켜서 학생을 죽음으로 몬다고 하는데, 이미 학교는 서열화되어 있고 학생 성적을 공개하지 않아서 학부모는 학교를 신뢰하지 않고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철 지난 평가 결과의 공개 여부로 갈등할 게 아니라, 학생의 주도성을 발현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을 바꾸고, 정부와 교육부의 정책이 이에 부합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얼마만큼 지원하고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초등교장 자격연수의 마지막 과정인-경남교육청의 경우는 마지막이고 타 시·도 교육청은 본연수 전에 이수하기도 한다.- '국가정책' 비대면-교육부 직속 기관인 중앙교육연수원이 zoom을 이용- 연수를 받았다. 현장과 동떨어진 식상한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연수대상자의 가장 어린 나이가 50대 초반인데, 이틀 동안 모니터 앞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연수에 화가 났다. 연수 막바지인 어제 오후에는 눈이 건조함은 물론이고, 망막 박리로 인한 트라우마까지 있는 나는 눈이 빠지겠다는 공황장애로 구토 증세까지 일었다. 차시 구분도 엉망이어서 쉬는 시간도 들쭉날쭉했고.
설문지에 2박 3일 대면 연수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하게 적었다.
오늘은 통합교육 활성화를 위한 교감 연수를 받았다. 오래간만에 좋은 강사의 좋은 내용이었다. 내용으로 웃기면서 감동으로 실천을 유도하는 좋은 연수였다.
근래에 많은 연수를 받았다.
자기를 뽐내는, 웃기기만 한, 내용을 호도하는, 내용을 제대로 모르는, 내용과 주장이 모순되는,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시간 조절을 못하는, 돈만 벌려는 강사들을 만났다. 단박에 과감하게 반박하려는 충동이 여러 번 일었지만 분위기를 흐리지 않으려고 가만히 들으며 마음으로 격하게 토론했다.
초등교장 자격연수 정리는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나의 성장에 기초한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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