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앨범/산책길에서

상설 소싸움장을 지나며

멋지다! 김샘! 2024. 9. 21. 12:27

목덜미가 두텁고 어깨가 떡 벌어지고 털 속에 숨은 네 다리의 힘줄이 보이는 뿔을 뾰족하게 깎은 슬픈 눈의 황소 뒤에 성난 우주가 연신 고함을 친다.

소는 짝짓기의 상대가 있을 때, 지켜야 할 게 있을 때만 싸운다.

소는 토요일 오후마다 이유 없이 싸울 이유가 없다.

소는 아무 때나 성내고 발정할 수 있는 호모사피엔스가 아니다.


'나의 앨범 > 산책길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착각  (0) 2024.09.27
학교의 가을아침이 들어왔다  (0) 2024.09.24
빈 의자  (0) 2024.09.21
벼멸구  (0) 2024.09.21
수련 꽃  (0) 2024.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