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4년 10월 10일

멋지다! 김샘! 2024. 10. 10. 17:45

  교감으로 첫 발령을 받으니, 교감으로 학교를 옮겼더니 교직원들이 이런저런 요구를 해왔다. 들어보니 합당한 요구여서 관계되는 분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한 분이 조심스럽게 내가 부임을 하기 전부터 그 요구를 해와서 개선 중이라고 했다. 요구 사항 중 일부는 터무니없었고, 당장 개선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사실대로 알려줬다고 했다.
  나는 그 뒤부터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교직원이 어떤 요구를 해오면 관계자에게 먼저 살짝 물어보고 대처한다. 특히 학생 지도와 관련된 부분은 학생을 지도했다고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사회 분위기와 가정생활과 다른, 예를 들면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 제한과 같은 경우는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꾸준히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관리자가 바뀐 것을 기회 삼아 자기 욕심만을 채우려는 교직원을 경계한다.

  정책 중 일부가 마음에 안 든다고, 개인과 단체의 이념과는 맞지 않다고 무조건 폐지하면 시행되고 있는 많은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 우려하는 부분을 당사자들과 조정하여 개정하면 될 일이다.
  교육개혁을 한답시고 학교를 민주적으로 바꾸겠다고 특정인들의 주장대로 깡그리 없앤 정책과 제도의 부작용이 이제는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가? 세상은 극단으로 변해도 교육은 우리의 지성으로 그러지 않기를 갈망한다.

  어제가 한글날 578돌이었다. 한국교총에서 문해력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설문조사를 안 해봐도 뻔한 문해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어떤 이는 학생들의 언어를 기성세대가 알아듣지 못한다고 학생 문해력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은 기성세대 중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문해력 부족의 심각성을 호도하는 주장이다. 교과서를 읽고도 내용을 모르는, 동화책을 읽고도 내용을 모르는 학생이 날로 늘고 있다. 공부나 책을 읽으며 모르는 낱말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행위 자체를  스스로 하지 않고, 어른들의 아주 친절한 해설에 의존하고 어른들은 그게 당연한 줄 알고, 스마트 기기의 자극적이며 단순한 자막의 영상에 의존한다.
  교원은  대중 매체의 한글 파괴 현상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면 안 된다. 교육활동을 학생 친화적으로 하는 것과 학생의 바른 성장을 방해하는 교육활동과는 구별해야 한다. 자극성과 편리성을 내세운 상업 대중매체의 잘못을 교육이 지적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세상물정 모른다는 핀잔을 들어도 교원이면 당연히 해야 하는 책무다.
  어떤 장면이 기억났다. '어서 오시개'(강아지 그림이 옆에 그려져 있었다.)라는 현수막이 어떤 초등학교의 정문에 여러 날 버젓이 걸려 있었다. 애견 축제를 한다며 '개(견)천예술제'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문해력 부족은 아이들 탓만이 아니다. 어른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고쳐나가야 한다.

  출간하는 책 제목을 주변의 반응대로 '교장의 탄생'에서 원래의 '내가 이토록 교장을 갈망했던가?'로 되돌렸다. 이번 책 출간의 스트레스가 다른 때보다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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