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민주 문화는 구성원의 발언의 자유와 비판이 필수이다. 발언의 자유의 전제 조건은 자유롭게 발언했을 때 신분상의 손해나 정서적 불편이 없어야 한다.
신분상의 손해는 정상적인 학교라면 있을 수 없다. 간혹 권위주의 학교 관리자가 민주적인 절차만 밟으며 독선으로 독단하여 학급과 업무 배정, 표창, 교육활동을 강요하거나 교감 승진이 필요한 교사에게 근무평점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갑질 신고가 쉽고, 부장교사를 서로 안 하려는 추세여서 그렇게 하다가는 되레 낭패만 당한다.
정서적 불편은 흔히 분위기를 주도하는 빅마우스의 품격과 관련 있다. 빅마우스가 연장자이거나 직장 내 괴롭힘을 조장하는 험담가이거나 폭압적인 태도로 개인을 겁박하는 자이면 구성원은 빅마우스를 탓하며 입을 꼭 닫는다. 그러고는 교감이나 교장에게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런데 빅마우스는 회의나 협의회를 할 때마다 자기만 떠들어댄다며 말하지 않는 구성원을 탓한다. 빅마우스는 그런 탓을 하기 전에 구성원이 빅마스의 의견에 환호하며 따르는지, 마저 못해 따르는지를 살펴야 한다. 전자라면 식견이 높은 리더이고 후자이면 더러워서 피하는 존재일 뿐이다.
빅마우스의 품격이 두려워서 빅마우스의 발언에 비판하지 못하면서 교감이나 교장에게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건, 외세를 끌려들여 국내 문제를 해결하려는 외교 전략과 같은 주체성이 없는 행실이다. 그 외세가 구성원들의 입맛대로 움직일 것 같은가? 그 외세가 빅마우스가 되지 않을 보장은 있는가? 민주적이었던 그 외세가 인사이동을 하면?
정말 민주 문화인 학교를 원한다면 빅마우스의 품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롭게 비판해야 한다. 그런 구성원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빅마우스의 입은 작아진다. 그런 다음에 합리적, 이성적, 정의롭게 의사결정하면 지속 가능한 학교 민주 문화로 나아간다.
환호를 이끄는 빅마우스라면 혼자 말하는 걸 껄끄러워하지 말고 꾸준히 말해야 한다. 꾸준히 말해서 학교가 바뀌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 동시에 구성원이 자유롭게 말하는 분위기, 때로는 발언할 수밖에 없는 넛지를 설계해서 점차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학교의 민주 문화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지 누군가 툭 던지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런 걸 기대한다면 당신은 민주주의를 누릴 자질보다 그것을 앞세워 이득을 얻으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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