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텃밭에 대한 내 생각은 뚜렷하다. 학생들이 텃밭에 식물을 기르면서 최소한 벌레와 곤충에 기겁하여 죽이지 않는 것이다. 더 나아가면 생태감수성을 높여서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깨우치기를 바란다. 아니면 식물을 기르며 관찰하는 교과 통합과 융합 프로젝트 학습으로 학력 향상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일회성 농사 체험을 하곤 무슨 거창한 생태교육을 한 것처럼 알리는 행위는 교원이 하지 말아야 할 가짜교육이라고 규정한다. 땅을 놀리는 게 아까우면 아주 작은 물웅덩이 만들고 꽃씨를 뿌려서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는 게 낫다. 엊그제 협의회 시간에 이와 비슷하게 이야기했다.
성과상여금 최하 등급을 받았다. 작년에도 그랬다. 성과상여금 잘 받으려고 우리 학교 환경과 교원의 역량에 어울리지 않는 교육활동을 종용하지 않았다.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지금 제일 필요한 것은 학력 향상이다. 교실에서 차분히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면 족하다.
최하 등급이 뻔해서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려다가 퇴임한 교장과 현재 교장의 증빙 서류를 내 마음대로 제출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평가지표별 증빙서류에 네임펜으로 휘갈긴 포스트잇을 붙여서 제출했다. 교감단 모임에서 최상위 등급인 S가 될 리 없는 나의 터무니없는 실적으로 좌중을 웃기려고, 증빙 서류를 검토한 교감들에게 '내 S등급 만들어 놓았지?'라는 농담을 던졌더니 다른 교감들은 웃고 마는데, 한 교감은 내가 제출한 서류가 정선되지 않았다며 핀잔을 주었다. 내 사정을 잘 아는 다른 교감이 내 농담의 의도를 잘 설명해 줘서 욱한 감정 잘 눌렀다. 이러나저러나 공적으로 검토한 서류를 사적인 자리에서 공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성과상여금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수당화를 하자는 개선책보다 등급을 나누는 방법에 골몰한다. 다양한 학교에서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역량을 발휘하는 관리자(교(원)감, 교(원)장)를 일률적인 기준으로 정의롭게 등급을 매기는 방법이 있을까? 나는 지금의 성과상여금 지급 정책의 부당성을 꾸준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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