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리더십 연수를 이틀 동안 다녀왔다. 이제는 교감들 중에서도 경력이 아주 높은 부류에 해당되어 모르는 교감들이 더 많았다. 그중에는 그들이 교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나와 인연을 맺은 후배도 꽤 있었다. 알은체를 해오는데 퍼뜩 생각이 나는 후배도 있었고 그렇지 못해 멀뚱멀뚱 쳐다보면 인연을 맺은 학교와 이름을 댔다. 어디에 근무하는지를 묻고 답하는 인사를 한 후 돌아서는 기분이 좀 묘했다.
이번 연수에서는 연수 내용보다는 그 공간과 시간을 나만의 방식으로 즐기고 싶어서 연수 시간에는 조용히 눈을 감고 듣기만 했다. 눈을 감은 이유는 실내가 건조해서 인공눈물을 자주 넣는 불편을 줄이고 싶었고 내 눈에 맞지 않은 어중간한 조명이 상당히 거슬렸기 때문이다.
늘 같이 어울렸던 친구들이 교장으로 승진하여 혼자서 커피를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돌아다니려니 행동이 쭈뼛쭈뼛했는데, 이 나이까지 그러는 내가 싫어서 일부러 더 아무렇지 않으려고 했다. 만찬에서 혼자서 소맥을 타 먹고 있는데 멀리 있던 후배가 달려와서 한잔을 따라주고 같은 테이블에 앉은 다른 지역의 교감들이 내 눈치를 보며 한 잔씩 따라주었다. 먹는 모든 게 살로 가는 체질이라서 살을 뺀다는 생각으로 늘 음식을 배고프게 먹는데, 기대치에 못 미치는 뷔페 음식이었지만 세 접시나 먹어치웠다. 같은 지역의 교감이 소식하는 분이 오늘은 어쩐 일이냐고 묻길래, 오늘은 음식 맛에 상관없이 양껏 먹기로 작정했다고 했다. 소맥 몇 잔과 뷔페 음식을 양껏 먹었더니 그야말로 배가 터질듯했다. 숙소에 올라가는 길에 여러 분들이 저녁에 어울릴 교감들이 있냐고 묻길래 지금까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고 했더니 측은했든지 같이 어울리자고 해서 정말로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숙소로 올라가는 길의 편의점에 들러서 교장자격 연수 국외교육체험에서 맛 들인 독일 맥주를 두 캔과 오징어 안주를 샀다. 숙소에서 뉴스를 보며 배가 불러도 맥주와 오징어를 억지로 먹으려니 정말 고역이었다. 하지만 평소에 그렇게 해보고 싶었길래 꾸역꾸역 먹다가 도저히 넘길 수 없어서 나머지는 다 버렸다.
양치질을 하는데 임플란트 사이에 낀 잔뜩 불은 오징어살이 빠지지 않아서 갖은 요령을 부려 칫솔질을 하고서야 겨우 뺐다. 샤워를 하고 나서도 부른 배가 불편하여 산책하려는 마음이 여러 번 일었는데 약한 취기였지만 밤에 바다 위의 데크길을 걷다가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나면 큰 민폐여서 일어서려다가 앉기를 반복하기만 했다.
다음날 새벽 4시에 잠이 깨어 책을 보려는데 책 읽을 조명이 아니라서 커튼을 활짝 열고 창문을 살짝 열었더니 바닷바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훅하고 밀고 들어와 다른 방 교감의 요란한 코골이를 몰아냈다. 혹시 더 잠이 올려나 해서 침대에 누웠는데 갈수록 정신이 말똥말똥해지기만 했다. 밝아오는 바다가 반가워서 얼른 나와서 바닷가 데크길을 가볍게 뛰었다. 데크길 옆 언덕의 군데군데에 제주수선화가 아직까지 예쁘게 피어 있어서 뛰는 걸 멈추고 반가워 환해진 눈으로 이쪽저쪽을 번갈아 보았다. 수선화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제주수선화를 제일 좋아한다.
어제 일부러 마음껏 먹은 게 약간 후회는 되어서 아침을 먹지 않으려다가 구수하고 거친 빵과 에스프레소가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식당으로 갔다. 함께 잔 후배 교감의 여유로운 아침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혼자서 식당으로 갔는데 기대했던 빵과 커피가 없어서 먹고 싶지 않았던 빵과 밍숭밍숭한 커피로 아침을 때웠다.
나의 기대에서 한치도 어긋나지 않은 지루한 오전 특강, 계획에 없던 안전총괄과의 전달사항, 경남초등교감회의 총회 결과와 신임 회장단 소개와 인사말을 들었다. 경남초등교감회가 생겨서 교감들의 불편이 많이 해소되고 있다. 무엇보다 학교 실무를 담당하는 교감들의 의견으로 교육감과 직접 소통하는 계기가 마련되어서 소통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늘 지지하고 응원한다.
1박 2일 동안 내 방식대로 다른 교감의 연수생활 방해하지 않고 잘 보냈다. 오늘 아침에 몸무게를 재어보니 좀 쪘다. 며칠간 좀 덜 먹고 산과 들로 틈나는 대로 돌아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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