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아닌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 중에 하나가 '선생은 쫀쫀하다.'는 것이다. 경력이 적을 때에는 이 말을 반박할 논리적인 말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경력이 쌓이면서 친구들이 어떤 경우에 이런 말들을 하는 지를 분석해 보았다. 대부분 돈을 내야 할 때, 큰 돈을 빌려야 할 때, 물건을 팔고자 할 때, 보험에 가입하게 할 때 등이었다. 즉, 본인들이 교사인 나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에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술값도 많이 계산했다. 물건을 팔아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은 감정보다는 이성을 내세워 자연스럽게 쫀쫀함에 대처한다.
보험설계사를 하는 후배가 전화를 했다. 자동차 보험 재가입을 할 때 자기에게 들어 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인터넷에서 다이렉트 보험에 가입하면 싼데. 싸게 해 줄수 있느냐?'
'그 돈 몇푼된다고 그리하십니까? 쫀쫀하게!'
'그래, 그러면 다이렉트 보험에 가입하는 다른 사람들 모두가 쫀쫀한 사람들이가?'
'아니!, 그게 아니라--- ---. 저 좀 도와 주이소'
'다이렉트 보험하고 네가 판매하는 보험상품하고 차이점은 뭐지?'
후배의 설명을 다 듣고 가입을 하였다. 그 다음부터 그 후배는 내게 절대로 쫀쫀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학교에 많은 외판원들이 온다. 하나같이 교사의 나약한 감정에 호소하거나 쫀쫀함으로 자존심을 건드린다. 다들 잘 넘어간다. 물건을 살 주도권은 우리가 가졌음에도 어느 순간 그 사람의 감정에 내가 맞추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노는 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교사가 되기 위해 교육대학교나 사범대학교를 다녔다. 임용고사를 준비하고 합격한 후에도 오로지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생각박스를 만들었다. 독서, 모임, 강의나 연수의 주제가 모두 좋은 수업, 아이들과 학부모의 상담 등과 관련된 것들이다. 학교, 아이들, 학부모, 교육 문제 등의 생각박스만 키우는 것이었다.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현장이 교육에 대한 생각 박스만으로 생활하기가 힘들어 졌다는 것이다. 지금은 단순히 '쫀쫀함'을 탈피하기 위한 생각박스가 아니라 교육현장의 여러 문제와 교사로서의 자존심과 성장을 위한 생각박스가 필요한 것이다.
어려운 학교문제를 현명하게 잘 해결하는 관리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 당시 직원 화장실이 없어서 많은 불편이 있었고, 학생 화장실도 누수가 심한 곳이 있어 학생들과 학부모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럴때마다 다른 관리자는 임기응변으로 넘어갔는데 이 분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청을 비롯한 여러 곳으로 다니며 도움을 줄 것을 요구하였다. 당연히 대대적인 공사가 이루어졌고 설치공간이 없어서 안된다고 하던 직원화장실이 생겼고, 학생 화장실도 쾌적하게 변했다.
관광버스의 예약이 늦어 정해진 날에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하지 못할 경우가 있었는데 동료교사가 인간관계를 동원하여 해결한 경우도 있다. 또, 학생의 도벽때문에 피해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가 이 학생을 법의 심판대에 보내려 할 때 관리자의 인간관계와 친화력으로 원만하게 해결하여 모두가 원한 결정을 내린 경우도 있었다.
이런 분들의 공통점은 좁은 의미의 교육 생각박스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각종 동호회, 지역행사, 소모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기의 생각박스를 확장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학교생활도 아주 모범적으로 하는 분들이었다.
동호회, 소모임, 취미활도을 아주 적극적으로 하는 분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분은 학교생활은 돈이 목적이고 개인적인 활동에만 취중하는 경향이 아주 강해 동료들로부터 비난을 받는다. 그리고 그 분이 속한 동호회에서도 '저런 사람이 어떻게 선생을 하느냐?'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이 분의 생각박스는 단순히 노는 것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다.
노는 물이 달라야 알찬 내용으로 가득찬 큰 생각박스가 된다. 놀기 위한 동호회, 비생산적인 소모임, 학교생활을 방해하는 사적인 모임을 가감하게 청산해야 한다.
놀기만 하는 모임 폐쇄된 모임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건전하게 소통하는 모임이 필요한 것이다. 필요하다면 본인이 만들어도 된다.
내가 나온 대학 동창회의 행사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똑 같은 직업의 위계만이 존재하는 폐쇄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의 박스를 확장시키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와 다른 대학을 나온 사람들과의 소통을 방해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빽'으로는 작용하겠지만 건전한 생각박스를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건전한 생각박스를 키우기 위해 리더십에 관한 인터넷 동호회 활동, 블로그 운영, 취미를 같이 하는 소모임, 봉사활동, 강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학교에 대한 오해를 해소시킬 수 있고, 새로운 분야를 접할 수 있다. 인간관계를 비롯한 이런 생각박스 덕택에 남(동료고사)들이 어렵다고 하는 문제를 나는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한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나의 생각박스를 활용하여 가능하도록 열정적으로 노력한다.
신데렐라가 왕자와 공주가 노는 무도회장에 가지 않고 동네 놀이터에 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노는 물이 달라야 생각박스가 확장된다. 생각박스가 확장되면 나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당신은 지금 어느 물에서 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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