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회식 자리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학교폭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옛날에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언론이 더 부추기는 것 같다. 가정교육이 문제다. 사회분위기가 문제다. 교권이 추락해서 생기는 문제다. 등 정말 학교폭력은 원인이 다양한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학교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한 아이의 삼촌이 인터뷰에서 '어떻게 교사님이 아이가 이렇게 되도록 알지 못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에 대해서 교사인 우리가 명쾌하게 설명을 할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경력이 높은 선배님이 '그러면 아이가 그렇게 되기까지 가정에서는 무엇을 했는지? 그 가족에게 물으면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로 되묻습니다. 그 선배님과 언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서 더 이상 대화를 진척시키지 않았습니다.
학교폭력에 대한 많은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것 같습니다. 아마 교과부의 통계는 줄었다고 할 것입니다. 노출이 안되면 줄어든 것이니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러면 학교폭력이 해결된 것일까요? 앞으로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수치상으로 줄어든 통계가 그 아이의 삼촌이 한 말에 대한 명쾌한 답이 될 수 있을까요? '업무가 많아서', '학생수가 많아서', '어떻게 모든 아이들을 따라 다닐 수 있겠습니까?', '아이가 말을 하지 않으니 어떻게 알겠어요'가 답이 될 수 있을까요?
명쾌한 답은 '아이가 선생님에게 말을 하지 않아서 몰랐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피해를 입는 아이가 아니 모든 아이가 선생님에게 미리 말만 해주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 왜 말을 하지 않을까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아이가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부담입니다. 부담스럽게 한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 아이는 두번 다시 나에게 이야기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종종 있습니다. 담임인 나를 무시하고 다른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해서 학급의 일을 다른 선생님을 통해서 듣습니다. 그 아이를 혼냅니다. 나에게 이야기를 하면 되는데 왜 다른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해서 나를 창피하느냐고 다그칩니다. 그 아이는 이제 다른 선생님에게도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다고, 절차를 무시하고, 형식을 갖추지 않고 이야기를 했다고 처벌하지 맙시다.
나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은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내가 친밀한 분위기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미소를 지으면서 밝은 표정으로, 밝은 목소리로 친밀감을 주는 질문으로 하루를 시작해 봅시다. 개콘의 인기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 지역행사에 대한 이야기, 건강에 대한 이야기, 부모님의 안부, 게임, 만화, 스포츠, 아이돌 등이 말문을 여는데 좋으로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질문은 누구나 답할 수 있는 짧으면서도 가벼운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즉 아이들에게 혀를 먼저 내미는 것이 아니라 귀를 내미는 습관을 들이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선생님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시켜 줍시다.
이야기를 잘 듣는 선생님이란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선생님의 행동이 아이들에게 일관되고 예측이 가능해야 합니다. 선생님의 물리적, 심리적 상태에 따라서 듣는 태도가 달라지면 아이들은 금방 선생님의 진정성을 의심합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선생님을 보면서 아이들은 이야기 한 다음의 상황을 예측하지 못합니다. 의심하고 불안해 합니다.
아이들의 사소한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선생님인 우리에게는 사소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중요한 일입니다. 어른이 아이를 보고 무슨 걱정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의 어린 시절은 걱정이 없는 행복한 나날이었습니까?'라고 묻는 다면 '네'라고 할 수 있습니까?
'아이의 말을 자르고, 결론부터 이야기해! 지금 바쁘니까? 다음에 이야기 하자'는 식의 말은 '네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아, 가치가 없는 거야'와 같은 뜻입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정보를 얻기 위함입니다. 일관성이 없고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고 사소하다고 무시하는 것은 아이들의 중요한 정보를 차단하는 지름길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힘든 것이 아이들마다 말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어떤 아이는 내성적이라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문장을 연결하지 못하고 단어 위주로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아이는 외향적이라 소리도 우렁차여 눈치없이 이것저것 다 이야기하고, 어떤 아이는 감정의 폭이 심하여 흥분하여 눈물을 글썽이며 이야기 합니다. 이럴때마다 선생님은 '바로 말해!'라고 하며 태도를 나무랍니다. 흔히 선생님의 보편적인 스타일로 바꾸려고 노력합니다. 수업의 연장입니다. 아이는 직감적으로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에 귀를 여는 것이 아니라 발표를 잘못하는 나를 나무라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합니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특성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수용적인 태도를 적극적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듣는 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면서 말문을 여는 적절한 질문을 함께 하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평소에 아이의 가정환경이나 교우관계 등에 대해서 가볍게 질문하고 진지하게 경청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아이의 특성과 감정을 더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말을 하지 않아서 몰랐다고 하는 시대는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법적인 책임은 없더라도 도덕적인 응어리는 가슴 한구석에 뿌리깊게 박혀 괴롭힐 것 같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실천하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실천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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